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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자금대출 저금리 전환' 66만 명 기다리는데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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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서울의 사립대를 나온 임모(31·여)씨는 연구기관 계약직으로 일하며 매달 100만~130만원을 받는다. 그중 60만원을 매달 학자금 대출 갚는 데 쓴다. 남는 돈으로 집 월세와 생활비를 충당하기가 버거운 형편이다. 임씨는 2005년부터 대학원을 마칠 때까지 학자금 4000만원을 빌렸는데, 당시 금리가 6.6~7%였다. 그는 “2만~3만원가량 6개월 연체했더니 신용이 나빠져 신용카드도 발급받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매월 이자만 23만원가량 내던 임씨는 지난해 반가운 소식을 들었다. 정부가 고금리 학자금 대출을 낮은 금리의 대출로 갈아타게 해준다는 내용이었다. 올해 학자금 대출 금리(2.9%) 수준으로 낮아지면 월 이자만 13만4000원 줄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하지만 관련 법률 개정안이 국회에서 처리되지 못하고 있는 바람에 아무런 혜택을 받지 못하고 있다.

 고금리 학자금 대출을 저리 대출로 전환해주는 법률안이 8개월째 국회에 방치돼 있어 취업난이나 생활고로 허덕이는 이들의 고통을 가중시키고 있다. 정부는 2010년 취업 후 학자금 상환 대출(든든학자금) 제도가 도입되기 전 6~7% 금리로 학자금을 대출받은 이들을 대상으로 금리를 현재 수준(2.9%)으로 낮춰주는 내용의 한국장학재단법·취업 후 학자금 상환 특별법 개정안을 새누리당 김희정 의원을 통해 지난해 8월 발의했다. 이자 부담을 60%가량 덜어주는 것으로, 혜택을 볼 대출자가 66만2000명(지난해 2월 기준)에 달할 것으로 추산됐다. 줄어드는 이자 부담만 연 1500억원이다. 하지만 이들 법안은 지난해 12월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에 상정됐을 뿐 교문위 법안심사소위에서 제대로 논의된 적이 없다.

 학자금 대출을 받았다가 6개월 이상 연체한 이들의 대출금을 한국장학재단이 국민행복기금에 매각하면 기금 측이 소득수준에 따라 원금의 30~50% 감면(기초생활보호대상자 70%) 혜택을 주는 관련법 개정안도 마찬가지로 국회에 발목이 잡혀 있다. 신학대학원을 나와 부목사로 활동 중인 강모(34)씨는 2008년 전후 학자금 900여만원을 대출받았다가 갚지 못하고 있다. 월 활동사례비 100만원으로 생활하면서 아내의 학자금 대출부터 갚느라 여력이 없어서다. 신용유의자(옛 신용불량자)로 등록돼 휴대전화를 만들 수 없는 강씨는 “휴대전화 본인인증을 못해 학부모 사이트에 가입하지 못하는 게 가슴 아프다”며 “국민행복기금에 신청했더니 국회에서 법안이 통과돼야 가능하다고 하던데 기본 생활이 안 되는 우리를 위해 정치권이 도와달라”고 호소했다. 출범 1년을 맞은 국민행복기금은 4200여 개 금융기관과 협약을 맺고 지난해까지 100여만 명의 부실채권 10조3000억원을 인수했는데, 정작 학자금 대출과 관련해선 한국장학재단법에 근거 규정이 신설돼야 지원할 수 있다. 6개월 이상 연체자는 6만4000명가량이다.

 해당 법안이 국회에서 표류하는 것은 야당 측이 ▶대학원생까지 든든학자금 확대 ▶학자금 대출 금리 복리에서 단리 전환 ▶이자 면제 대상에 저소득층 포함 등 야당 발의안까지 포함해 일괄 논의하자고 하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가 재정 여건을 이유로 난색을 표하면서 합의점을 도출하지 못하고 있다. 한 국회 관계자는 “6·4 지방선거가 다가오기 때문에 한시가 급한 대상자들을 고려해 4월 국회에선 급한 민생법안부터 처리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성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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