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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 바루기] 꽃봉우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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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0면

갈수록 봄이 짧아지고 있다. 차가운 겨울바람이 그치고 봄이 왔나 했는데 금방 초여름처럼 기온이 올라가기 때문에 식물들도 정신을 차리기 어려운 모양이다. 예전에는 산수유가 피고 개나리, 목련 등이 핀 후에야 벚꽃이 만개하는 걸 볼 수 있었다. 올해는 이런 개화 순서가 무너지고 있다.

 개나리도 미처 다 피기 전에 목련이 만발하고 진달래와 벚꽃까지 거의 동시에 피었다. 민들레와 제비꽃도 잔디밭을 노랑과 보라로 수놓고 있다. 다양한 꽃들이 한꺼번에 피어나니 아름답기는 하다. 하지만 개화하자 말자 분분히 지는 목련과 벚꽃을 보니 휙 지나가버릴 봄이 마냥 아쉽다.

 활짝 핀 꽃들도 아름답지만 피기 직전 한껏 부풀어 오른 모양도 사랑스럽다. 개화 직전의 꽃을 가리켜 ‘봉우리’ ‘꽃봉우리’라고 하는 경우가 많지만 ‘꽃봉오리’ ‘봉오리’가 표준어다. 한자로는 화뢰(花<857E>)·화봉(花峯)이라고도 한다. ‘봉우리’는 ‘산에서 뾰족하게 높이 솟은 부분’을 이르는 말로 ‘산봉우리’와 의미가 같다. 한자로는 산령(山嶺)·산봉(山峯)이라고 쓴다.

 “벚꽃이 피려고 몽오리가 맺혔어”에서와 같이 ‘몽오리’도 많이 대할 수 있는 단어인데 이때는 ‘봉오리’와는 달리 ‘몽오리’가 아니라 ‘몽우리’가 표준어다. 아직 피지 아니한 어린 꽃봉오리를 뜻하는 말로 ‘망울’ ‘꽃망울’과 동의어다. 표준국어사전은 ‘몽오리’를 ‘작고 동글동글하게 뭉쳐진 것’을 뜻하는 북한어로 풀이해 놓았다.

 꽃과는 상관없는 표현이지만 ‘망울’과 관련해서 자주 틀리는 표현이 또 하나 있다. “콧망울 성형할 수 있나요?” “콧망울 작아지게 하는 법 없을까요”처럼 쓰는 ‘콧망울’은 ‘콧방울’이 바른 표현이다. ‘콧방울’은 ‘코끝 양쪽으로 둥글게 방울처럼 내민 부분’을 이르는 말이다.

 봄만 되면 항상 등장하는 유명한 오류가 ‘민들레 홀씨’다. ‘홀씨’는 버섯이나 양치식물처럼 꽃을 피우지 않고 무성생식을 하는 식물의 생식 세포를 일컫는 말이다. 포자(胞子)라고도 한다. 민들레는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는 종자식물이어서 ‘씨앗’으로 번식을 한다. 따라서 ‘민들레 홀씨’는 존재할 수 없다.

김형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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