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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정모니터」에 몰려든 민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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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월1건 이상씩 신고케>
『국민여론의 국정반영』을 표방해 신형식 제1무임소장관실이 벌여온 여론 「모니터」제도는 실시기간 3개월 여에 3백여건의 국민여론을 수집하는 실적을 올렸다. 수집한 여론은 즉각 행정시책에 투영되도록 관계부처에 돌려 지는 것이 특색.
당초 신 장관은 28명의 전직원에 대해 1인당 월 2회 2건 이상씩을 요구, 지난 1, 2월 두달 동안 제1무임소실 직원들은 책임량완수에 적지 않은 고생들을 했으나 지난 3월부터 1건씩만을 보고토록 해서 「실」본위의 여론수집에 힘을 쏟고있다.
최근에는 직원 1인당 지방에 7명 안팎의 「모니터」를 두도록 해서 직원들의 친지들을 동원해 놓고 있는 실정.
이렇게 모인 여론은 장관에 의해 문제점·개선방안이 세워져 최종선택 되고 1개 부처관련사항은 공문으로 해당부처에 통보하며 2개 부처이상 관련사항은 국무회의에 보고하는 방법을 취하고 있다.

<도로유료제 폐지하라>
제1무임소장관실이 국무회의 등에 보고하는 여론보고내용은 각양각색.
이 가운데 몇몇을 소개해보면-.
△쥐 잡기 방향 전환=「키라돌」 등 극약의 연쇄살상효과로 쥐의 천적인 고양이·족제비 등이 멸종상태에 있고 인축에도 위험함. 고양이·족제비·구렁이 등이 보호될 수 있는 쥐약을 연구개발하고 쥐덫 사용을 장려해야 할 것임,
△유언비어에 관한 능동적 대책=유언비어의 대부분이 북괴의 불온전단에서 비롯되고 있으며 이는 공개된 정보보다 전파력·과장성이 강한 실정. 관계기관에서 실태조사 및 연구분석해서 북괴전단내용을 내외통신을 활용, 공개하는 능동적 홍보대책을 마련해야 함.
△서울시내유료도로의 운용방법전환=강변로·「터널」 등 유료도로의 이용부진으로 교통체증해소가 어렵고 관리요원의 부정소지가 많아 민원의 대상이 되고 있음. 유료제를 전면 폐지하고 차량세에 부가 징수하거나 「러쉬·아워」등 특정 시간에 무료 개방토록 하는 게 어떨지?
△사무용품조달체계개선=읍면 등 일선행정기관·일선학교의 용품까지 조달청이 구입해 부작용이 많고 조달창고·사무소가 멀리 떨어져있어 인력·시간낭비가 많음. 최소한 시군 단위에 취급기관을 설치하거나 지방에 한해 「볼펜」 등 일정 문방구류를 직접 구입케 하는 게 합리적.
△장발 등 퇴폐행위 규제=유행 뒤의 결과에 대한 단속보다 유행의 원천규제노력이 부족하고 노상의 단속보다 소속집단의 자율적 기풍조성노력이 부족. 「보이·스카웃」·대학 등에서의 자율정화운동유도, 이용사협회·「디자이너」 협회 등을 통한 퇴폐적 유행억제, 관공서 기업체 등 직장에서 장발·퇴폐복장추방 및 연예인의 의상규제가 필요.
△연탄의 경제성 제고=규격축소로 하루 3∼4개나 쓰게되고 「개스」가 심해 오히려 소비절약에 역행하고 있으며 주부들의 노력낭비 및 원성을 사고 있음. 게다가 업자에게는 간접적인 가격인상을 허용하는 결과가 되고 있으니 규격을 환원조치하든지 저질탄원료사용에 대응한 가격조정조치가 필요.
△퇴폐·사치·풍속사범의 지방만연=대도시에서의 강력한 정화에 밀려 중소도시 등 지방에 확산. 장발·저속 공연·저속 광고·차내 구걸 및 강매행위·불량만화판매·사기성 선전판매행위 등을 중앙 및 대도시와 동일보조로 단속을 강화해야함.
△협정가격조정기능강화=업종단체의 횡포는 정부가 업자경이라는 원성과 불신감을 사게함. 사후위생감사권 발동위협 등은 인상 전에도 비위생을 묵인했다는 결과가 되어 불합리. 사전단속 제도화와 소비자보호운동육성 필요.
△호적정리운영 합리화=호적법 개정으로 과태료가 많아지자 호적신고 실기자는 이를 안 내려고 허위신고 사례가 증가. 농어촌에서는 실기건수가 많아80∼90%가 허위신고임. 대책으론 특별정리기간을 만들어 과태료를 면제하고 이·동장의 신고대행을 제도화할 것.
△선진공업국의 횡포에 대응하는 국민운동=미국 노조의 한국산 섬유류제품 불매운동· 일본의 견제품 수입규제 등 횡포에 대응할 국민운동이 필요함. 관계민간단체가 주도하는 당해국제품(특히 사치성소비재)에 대한불매운동을 유도하되 관제성을 지양할 것.

<거북스러워하기도>
무임소장관의 여론보고를 받아들이는 관계장관들의 자세도 여러 갈래.
1개 부처에 해당, 직접 공문이나 전화로 알릴 경우 『이걸 어떻게 하라는 말이냐』고 즉각 달갑지 않은 내색을 보이는 경우가 있는가하면 『알려줘서 고맙다』고 정중한 사의를 보내는 장관도 있다.
국무회의보고 때도 일부 신임장관은 「메모」까지 해가며 귀담아 듣기도 하나 거북스러워하는 장관들도 많다는 것.
최근 제1무임소실의 여론보고에 따라 정부가 취한 조치로는 △관세청직원처우개선 △시내도서관 개장시간연장 △학교주변정화 등.
국무회의 때 보고된 관세청직원 처우개선건은 박정희 대통령이 재무장관에게 직접 지시하기에 이르러 제복의 추가지급과 함께 특수직 공무원 대우를 받게 됐고 도서관개장시간도 문교부장관이 즉석에서 응낙, 다음 날부터 상오9시부터 문을 열던 것을 상오 7시부터 열도록 개선.
제1무임소장관실은 지난 3월초 전직원에게 1인당 5백원씩 지급, 국민학교 주변의 구멍가게 등에서 불량식품 5점 이상을 사오도록 해 이를 모아 보사부에 송부.
현물을 받은 보사부는 『고맙다』는 말과 함께 그 길로 단속에 나섰고 불량식품 단속과 함께 학교주변정화로 확대됐던 것.
제1무임소실은 보다 생생한 여론정취를 위해 △직원들의 정기 지방출장 △보조 「모니터」의 확대 △전국각처에 국민여론국 설치 등도 검토하고 있으나 아직은 실현을 못시키고 있다.
각 부처시책에 대한 문제점지적으로 해당부처가 거북스러워하는 것도 극복해야할 또 하나의 어려움이다. <주원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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