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조문 외교' 중국 눌렀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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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대만이 '요한 바오로 2세 장례 외교전'에서 중국을 눌렀다. 천수이볜(陳水扁) 대만 총통은 8일 바티칸에서 열리는 교황 장례식에 참석한다. 천탕산(陳唐山)외교부장과 정계.종교계 인사 등 200여 명이 수행했다. 대만 언론은 "천 총통이 취임 이후 중국의 외교봉쇄를 뚫고 가장 높은 격의 외국 방문을 성사시켰다"고 말했다. 이탈리아는 천 총통에게 다른 나라의 국가원수에 준하는 의전을 제공한다. 장례식에 참석한 각국 지도자들과 자연스럽게 만날 기회도 생겼다.

이탈리아 정부는 지난 4일 천 총통 일행에게 비자를 발급했다. 대만이 바티칸과 수교국이어서 방문을 거부할 수 없다는 명분에서다. 중국은 "'하나의 중국' 원칙을 위배하는 것"이라며 항의했지만 바티칸과 수교 관계가 없어 밀렸다. 대만은 유럽 국가 중 유일하게 바티칸과 수교를 맺고 있다. 중국이 바티칸과 수교하려면 교황이 중국 교구 주교를 임명하는 것에 동의해야 한다. 그러나 중국은 이를 내정 간섭이라며 거부하고 있다. 그래서 1951년 교황청과 단교한 이후 수백만 명의 천주교 신자가 지하성당에 다니고 있다.

홍콩=이양수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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