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정된 집권당 형성에 실패|태국 총선 결과와 전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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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73년10월 학생 혁명으로 군부 독재 정권이 물러난 뒤 혼란 속에 기우뚱거려온 태국의 민주 가정이 계속 뿌리를 내릴 수 있을 것이냐를 판가름하는 시험장으로 간주된 4일의 총선거는 이에 대한 확실한 해답을 내리지 못하고 끝났다.
민정 이양 후 2번째로 실시된 이번 총선은 「쿠크리트·프라모지」 현 수상을 낙선시키는 이변을 낳고 우파의 압승을 몰고 왔지만 원내 과반수인 절대 다수당은 실현될 전망이 없어 약체 연정 구성이 불가피한 것으로 전문가들은 풀이하고 있다.
이번 총선에서 「세니·프라모지」 전 수상의 중도 우파계 태국 민주당이 제1당이 될 것은 분명해졌다.
따라서 「세니」의 민주당은 연정 구성의 주도 정당으로 유리한 고지를 점했고 「세니」 가 차기 연정 수상이 될 공산이 크다.
이러한 결과는 지난달 중순 「쿠크리트」 정권이 주태미군 철수를 요구한 후 좌·우익의 격렬한 시위장이 된 「방콕」이 보수적 우파 성향이 짙은데다 좌파 정당들은 그들이 우세한 동북부에서조차 고전했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우파 30년 전통의 민주당은 「방콕」의 28개 의석을 타 정당에 하나도 빼앗기지 않고 전부 차지한데도 「방콕」 시민들의 현상 유지 성향이 그대로 드러났다.
한편 사회행동당의 「쿠크리트」 수상의 낙선은 타협주의에 빠져 강력한 정책 추진을 못한 허약성 때문이라고 전문가들은 그 패인을 지적했다.
그의 선거구는 군인·보수적 기질의 시민과 상인들이 많이 사는 지구여서 그의 주태미군 철수 요구가 큰 타격을 주었을 것은 의심할 나위가 없다.
민주당은 5일 하오에는 완전 판명될 「방콕」 이외의 개표 결과 적어도 1백 석을 넘을 것으로 보이며 사회주의당 등 좌파 정당은 25석을 넘지 않을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분석하고 있다.
이에 따라 정의당 당수 「타위·출라사파야」 전 공군 원수는 「세니」의 민주당 연정에 참여할 것으로 보인다.
정의당은 민주당과 정강 정책이 비슷해서 합류 가능성이 많다고 연정 구성을 이미 제의한바있다.
승리한 민주당 영수 「세니·프라모지」는 철저한 중립주의자를 자칭하고 있으며 집권할 경우 외교 정책에서 친미 노선을 따를 것으로 보이지만 「쿠크리트」 수상의 「타이」 주둔미군 철수 요구 결정을 번복할 것인가는 속단을 불허한다. 민주당은 군사 독재 시대에 명목상의 야당 세력으로 존재해 왔지만 현상 유지 지향적인 보수 세력 이어서 태국 정계의 목덜미를 잡고 있는 군부와도 공존이 가능한 정당이다. 그러나 과반수 의석을 확보하지 못한 채 연정을 실시하게 될 때 「세니」 수상이 불신임 당했던 74년의 전철을 다시 반복할 가능성도 있기 때문에 이번 선거가 태국 내정의 안정을 가져오지는 못할 것이 확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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