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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감 경보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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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미국에서는 지금 전대미문의 대작전이 준비되고 있다. 지난 24일 「포드」대통령은 백악관에서 약20명의 과학자들과 작전계획을 세웠다.
아직도 계획이 완료되지는 않았지만, 늦어도 4월1일까지에는 작전명령이 떨어져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모든 게 실패로 돌아 갈 위험이 있는 것이다.
이 작전계획은 어마어마하게 규모가 크다. 예산도 1억8백만 「달러」나 든다. 수백만 명의 미 국민의 목숨이 이 작전의 승패에 달려 있다.
「포드」나 과학자들은 이렇게 엄청난 작전이 꼭 불가결하냐에 대해선 확신을 갖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수백만의 인명을 놓고 도박할 수 없다는 데는 의견이 일치하고 있다.
이 작전이란 바로 독감예방주사 대 「캠페인」을 말한다. 이 작전이 시작되면 해마다 2천만개씩의 「백신」을 생산해 오던 미국의 4대 제약회사가 늦어도 8월말까지에는 2억개를 생산해야 한다. 그러자면 달걀도 적어도 l억개는 배양시켜야 한다.
이 「백신」은 1918년에 세계에 퍼져 4천만명이나 사망자를 낸 「스페인」 독감의 「비루스」균에 특효가 있다고 한다.
지난 2월에 「포트·딕스」 병사에서 한 병사가 독감으로 죽었다. 그리고 그 체내에서 발견된 것이 흔히 돼지 독감이라고도 하는 이「비루스」균이었다. 이래서 올 겨울의 감기 철에는 또 다시 「스페인」독감이 전국을 휩쓸 것이라고 그 과학자들은 예측한 것이다. 그러나 예측할 수 없는 게 독감이다.
「인플루엔저」에는 A형, A1 형,A2 형, B형, B1형, C형 등 6형이 있다. A형 군 하나 만에도 20종류가 넘는다.
B형은 별로 변하지 않는다. 가장 흔한 감기 약들은 모두 B형의 특효약들이다.
A형은 해마다 변형되어 나간다. 전염력도 제일 강하고 따라서 제일 무섭다. 「돼지」독감도 여기 속한다.
그러나 올 겨울에 미국에서 유행할 독감은 돼지 독감이 아닐지도 모른다. 그러면 한 개에 50「센트」짜리 「백신」2억개가 소용없게 되는 것이다.
우리네는 아직 이런 걱정까진 안해도 좋으니 다행이다. 우리 국민의 체질이 독감에는 강하다는 설도 있다. 감기로 죽었다는 사람은 별로 없는 것이다.
독감만이 아니라 「말라리아」·이질 등에도 강하다.
김치가 특효약이 되는지, 또는 하도 자주 걸려서 면역들이 되어 선지는 알 수 없다.
지난 57년의 「아시아」독감 때에도, 68년의 향항 독감 때에도 우리나라는 가장 사망률이 적었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도 요새 유행하기 시작한 요즘의 독감은 아무래도 심상치 않다.
물론 아직은 그것이 무슨 형인지를 아무도 밝히지 않고 있다. 「백신」에 대해서 신경을 쓰는 사람도 별로 없다.
확실치도 않은 특효약에 그렇게 엄청난 돈을 쏟는 미국 사람들이 그저 우습게만 보이는 모양인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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