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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닉슨」은 사임 전에 자살까지 생각했다"|「워터게이트」추문 폭로한 두 기자『마지막 날들』출간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3면

「리처드·닉슨」전 미대통령은 그의 재임 마지막 며칠동안 우울에 빠져 폭음을 했고 자주 자살에 관한 얘기를 했었으며 보좌관들의 강요로 사임했다고「워터게이트」추문을 폭로했던 두 신문기자가 쓴 신간 서적에서 밝혔다.
「워싱턴·포스트」지의「봅·우드워드」「칼·번스틴」기자가 쓴『마지막 날들』이란 이 책은「닉슨」이 하야 직전 며칠동안은 잠을 못 이루고 백악관「홀」을 서성거리면서 역대 대통령 초상화들과 이야기를 했으며 부인「패트」여사도 침통 속에서 폭음을 했다고 말했다.
「뉴스위크」지가 발췌한 이 책의 내용에 의하면 대통령 수석보좌관「알렉산더·헤이그」장군은「닉슨」이 갖고 있는 수면제와 신경안정제를 빼앗았으며「헨리·키신저」국무장관은 개인적으로「닉슨」을 싫어했으나 그와 함께 무릎을 꿇고 기도를 올렸는데 그때「닉슨」의 얼굴에서 눈물이 줄기줄기 흘러 내렸으며 주먹으로 마룻바닥을 치면서『내가 무슨 일을 저질렀읍니까? 어찌될 것입니까?』라고 탄식하는 것을 보았다고 말했다.
『마지막 날들』은「우드워드」와「번스틴」두 기자가 조수 2명과 함께 6개월에 걸쳐 관련인사 3백94명과의「인터뷰」·각종 메모·일기·비공개 기록 등을 조사한 것을 토대로 쓴 책인데「닉슨」자신은 이 저자들과의「인터뷰」를 거부했다.
이 책에 의하면「닉슨」은 하원의 탄핵조치가 임박해지면서부터 과음하기 시작했으며 늦게 집무실에 들어왔고 졸기가 일쑤였는데 그의 사위「데이비드·아이젠하워」는 대통령이 밤늦게까지 잠을 못 이루고 백악관「홀」을 거닐면서 역대 대통령 초상화들과 이야기하곤 했다고 말했다.
「닉슨」은 자살에 대해 심각하게 생각했으며 하루는「헤이그」보좌관에게『여보, 군인인 당신은 이런 문제를 해결할 방법이 있겠구료. 누군가 책상서랍에 권총을 넣어준다…. 그런데 나는 권총이 없구료』하고 말한 일도 있었다.
「닉슨」이 자살할지도 모른다고 우려한「헤이그」는 대통령 주치의에게 대통령이 갖고 있는 수면제를 모두 빼앗도록 지시했다.
「키신저」는「닉슨」을 싫어했고 두려워했는데「닉슨」은 그 앞에서『유대인도당들이 나를 쫓아낼 거야』라는 등의 말을 서슴치 않고 뱉는 반유대주의자였다고 회상했다.
「키신저」는「닉슨」행정부 말기에 대통령을 가리켜『고깃덩어리 대통령』『미친 사람』이라고 불렀으며 그를 불합리하며 미국외교정책에 대한 일종의 위협으로 간주했었다. 그러나「키신저」는「닉슨」이 사임 2일전 홀로 앉아 술을 들이켜고있는「링컨·룸」을 방문, 이야기를 나누었으며 그의 위로에 눈물을 흘리는「닉슨」을 함께 무릎 끓고 기도하자고 권유하기도 했다. 「닉슨」은 하느님께 도움과 휴식과 사랑과 평화를 기원했다.
「키신저」는 그후「닉슨」으로부터 전화를 받았는데 그는『「헨리」, 내가 울더라고, 내가 강한 인간이 아니라고 다른 사람에게 말하지 말아주게』하고 애원했다고 말했다.
「닉슨」은「워터게이트·스캔들」이 자세하게 보도되자「지글러」공보비서에게『꺼져버려』라고 소리치며 신경질을 부리기도 했다는 것.
「닉슨」뿐 아니라 그의 두 딸과「패트」여사도「워터게이트」추문으로 우울에 빠져 술로 세월을 보냈으며「패트」여사가 한때 이혼을 생각했던 l962년 침실 분리사용사건이래「닉슨」의 결혼생활도 최악의 상황에 처해있었다고「우드워드」와「번스틴」기자는 말했다.
「패트」여사는 백악관의무실 사람에게 그녀가 결혼기간 마지막 14년 동안 남편과 동침한 일이 없음을 고백하기도 했다는 것. 【로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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