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시 돋치는 미소 데탕트 논쟁|미의 최근 대소 강경 자세가 의미하는 것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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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미소관계가 올 들어 두드러지게 차가와 지고 있다. 두 나라 사이에 진행되어 오던 각종 쌍무적인 협정·협상이 제자리걸음 아니면 중단된 상태인가 하면 정부간에 오가는 성명·항의의 말투가 거칠어져 가는 상태다.
이런 현상은 주로 미국이 소련에 대한 태도를 경화시키고 쌍무 교섭에 소극적인 입장을 취하는데 기인하고 있다. 미국은 근래에 들어 지난 15일부터「모스크바」에서 열릴 예정이던「에네르기」합동위원회를 비롯, 주택문제·경제상업협력 등의 합동위원회개최를 무기 연기한다고 일방적으로 통고했다.
미국은 이에 앞서 기회 있을 때마다「포드」대통령·「키신저」국무장관의 입을 통해 소련과의 종래 관계가 재검토 될 것이라는 견해를 밝혀왔다. 「포드」대통령이「데탕트」라는 용어를 쓰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힌 것이라든가. 「키신저」국무장관이 소련의 모험주의·팽창주의를 비난한 것 등이 그러한 예다.
25일에는「펀세드」국무성 대변인이 주소 미 부대사관의 전화폭파위협을 두고 소련정부가 배후에서 조종한 것이라고 단정, 「아주 강경한 어조의 항의」를 제기하여 미소관계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지 모른다고 경고하고 있다. 미국의 통신은 이를 가리켜 소련의「앙골라」개입이래 미소가 최악의 긴장상태에 빠져들었다고 보도하고 있다.
같은 날「뉴요크·타임스」지는 지난해에서 올해로 미루어진「브레즈네프」소련공산당서기장의 미국방문과 제2단계 전략무기제한협정(SALT)타결의 전망이 어두워진 것으로 백악관이 판단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처럼 미국의 태도가 악화된 이유로는 크게 두 가지로 나누어 볼 수 있다.
한가지는 대통령선거를 앞둔「포드」의 외교정책면에서의 수세다. 같은 공화당의 경쟁상대인「로널드·리건」은 물론「잭슨」「카터」등 민주당후보들도 정부의 외교정책, 특히 소련과의 긴장완화 노선을 비판하고 있다.
여기에 최근 눈에 띄는 미국국민들의 보수화 경향 역시 빼놓을 수 없다. 최근의「갤럽」여론조사에 따르면 금년의 국방예산이 지난 7년이래 최고수준인데도 이를 지지하는 사람이 늘어가고 있다. 이러한 현상이「포드」대통령이 말하는「힘에 의한 평화유지」를 추진하는 바탕이 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미소관계에 틈이 생기게 한 더 중요한 이유는「앙골라」에 대한 소련개입에서 찾아야 할 것 같다. 「앙골라」사태는 소련과의 화해정책을 주도해온 「키신저」의「데탕트」개념에 의문을 제기했다. 그가 이해하는「데탕트」란 두 나라 모두 새로운 이득을 얻기 위해 국지적인 문제개입을 삼간다는 것이었다. 「쿠바」군을 앞세운 소련의 태도는「키신저」의 발판을 흔들어 내렸다 할 수 있다.
아울러「앙골라」사태는 소련의 미국에 대한「테스트」이자 세계적인 세력균형을 파괴할 계기가 될 수 있다고 미국은 판단한 것이다. 「앙골라」경쟁에서 소련에 뒤진 것을 미국이 약화된 조짐으로 받아들일 소지가 되어서는 안되겠다고 생각한 듯 하다. 더우기「브레즈네프」가 25차 공산당 대회에서「앙골라」사태를 간단히 언급하며『「데탕트」는 조금도 저해되지 않았으며 계급투쟁 원칙을 바꾸는 것도 아니다. 사회주의 국가들의 영향력은 국제문제에서 더욱 강화되고 있다』고 주장했듯이「데탕트」의 문제에서 미국과의 견해차이를 뚜렷이 밝힘으로써 미소관계의 냉각은 당분간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 <유·에스·뉴스·앤드·월드·리포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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