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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량 없이 음악공부 할 수 없다|음대 편제·입시에 따른 건의문을 중심으로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4면

한국음악협회와 6개 음대학장 및 음악 교육자들이 오랜 협의를 거처 ①음대 지원생들에게 대학입시 예비고사를 면제해 줄 것과 ②대학입시예비고사에 음악을 시험과목으로 넣어줄 것을 당국에 건의한 바 있다. 이에 대해 음악평론가 박용구씨는 반대의 의견을, 서울대음대학장 전봉초씨는 문제의 건의서가 변질되었다는 이견을 본지 문화면을 통해 개진한 바 있었다. <편집자 주>
최근 음대의 편제와 입시문제를 놓고 사회적인 반응이 지상을 통해 여론화되어 감을 볼 때 당사자로서는 다행한 일로 생각한다.
그러면 첫째 사항인 「음대 지원생들에게 예비고사 면제」에 관한 문제인데 이에 대해 우리는 우리 나름대로 이유가 있는 문제점이다.
우리는 이미 음악대학의 세 편제를 제안한 바 있다.
우리 나라 음악대학은 전반적으로 작곡과·기악과·성악과 등으로 나뉘어 있다. 거기에 이론과 실기 또는 교직과목을 이수하여 교사자격증을 취득하고 졸업 후 교사가 되거나 또는 역량에 따라서는 연주가로 나서는 실정이다.
그러나 선진국가에서는 교육자·음악학자·연주가를 양성하는 학과가 구분되어 있어 음악학자·음악교육자 또는 연주가 중 어느 하나를 선택하도록 입학당시부터 정하게 되어있다.
우리도 앞으로는 이 같은 제도로 개편되어야 할 것이다. 그러나 지금 우리의 현실은 그들이 전공한 분야에 전념하여 생활할 수 없는 형편에 있다.
이제 이견의 초점이 되는 대학입시 면제 문제만 해도 그렇다. 우리들이 원하는 바는 학생들이 일반학과도 잘하고 기술도 우수한 인재를 선발하여 공부시키는 것이 무엇보다도 바람직한 일이다.
그러나 수년 내 대학입학이 어렵게 되고 재수생이 늘어나자 전 같으면 음대에는 지원하지 않을 학생도 지원한다. 그러므로 기술적으로는 떨어지지만 학과성적이 보탬이 되어 오히려 기량이 있는 학생이 낙방하는 경향을 볼 수 있다.
『꿩 잡는 것이 매』라는 말이 있듯이 학과가 다소 부족하다손 치더라도 기술적으로 우수한 학생을 뽑는 것이 음악인을 양성하는데 첩경이 될 것으로 생각한다.
기량의 음악을 전공하는데 있어서 그 전부는 아니지만 기술 없이 음악을 공부할 수는 없다.
그렇지 않아도 기술적으로 보아 선진국가의 음대생보다 크게 뒤떨어지고 있는데 만약 현 제도대로 계속한다면 명 연주가의 기대는 고사하고라도 후진성을 면하지 못할 것이다.
외국의 음악대학의 예를 보아도 우선 실기위주로 입학에 순위가 결정되는 것을 나는 알고있다.
말이 났으니 말이지, 지금 시행하고 있는 교과과정을 보면 음악교육과는 몰라도 연주가를 양성하기 위해서는 음악 외의 학과들이 너무 많아 부담이 아주 크다고 본다.
전 학장의 의견에 『당초엔 입시서 수학대신 음악선택 요망』이란 말도 나왔다. 그러나 그것은 이번 건의문을 위해 모인 대다수의 의견은 아니었고, 또한 예능계 대학입시 과목에 수학을 넣는 대학은 거의 없다.
또는 있다 해도 선택하지 않으면 그만이다.
요컨대 이번 건의문에 대한 핵심은 학과가 다소 미흡하더라도 음악적으로 기술이 우수한 학생을 선발하려는데 있으며 다른 하나는 중동음악교육의 정상화를 기하려는 것임을 재삼 해명하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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