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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증거조작' 수사, 국민이 납득할 결과 내놔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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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서울시 공무원 간첩 증거 조작 사건에 대한 수사가 막바지로 치닫고 있다. 검찰은 증거 조작 혐의로 구속된 국정원 요원과 협조자를 재판에 넘겼다. 관심은 수사 결과가 주요 의혹들을 해소할 수 있을지에 모아지고 있다.

검찰은 어제 국정원 김모 과장과 협력자 김모씨에 대해 모해증거위조 등 혐의를 적용해 기소했다. 구속 기한이 만료됨에 따라 일단 김 과장 등을 재판에 넘긴 것이다. 검찰은 윗선 개입 의혹과 검사들의 관여 여부에 대한 추가 조사를 벌인 뒤 이르면 이번 주중 수사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앞서 검찰은 간첩 사건 수사와 공판에 참여한 이모 부장검사 등 검사 2명을 불러 조사했다. 두 검사는 지난해 8월 1심 재판부가 피고인 유우성씨의 간첩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하자 국정원 수사팀과의 대책회의에서 “비공식 경로를 통해서라도 해당 문건을 구해 오라”고 독려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현재 윗선 수사가 관련 간부를 불구속 기소하고 해당 검사들은 불기소하는 선에서 마무리될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다. 김 과장이 “윗선은 없다”며 구체적인 진술을 거부하고 있는 데다 검사들 역시 “중국 공문서가 위조됐다는 걸 전혀 몰랐다”고 주장하고 있다고 한다. 물론 그들의 말이 사실일 가능성도 있다. 하지만 국민을 납득시킬 수 있으려면 구체적인 증거와 정황으로 뒷받침돼야 할 것이다. 국가보안법상 날조죄를 적용하지 않는 이유도 설명해야 한다. 나아가 국가 안보에 미칠 영향을 최소화할 필요가 있다. 국정원 권모 과장이 “북한을 들여다보는 ‘망루’가 다 무너졌다”는 말을 남긴 채 자살을 기도하는 불상사까지 있었다. 이번 사건으로 대공 수사력이 훼손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이번처럼 국정원 요원의 인적 사항이 시중에 나도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이번 사건은 개인 인권과 국가 안보가 겹쳐져 있는 사안이다. 두 개의 가치 모두 소중한 것이다. 검찰은 특검 수사로 또다시 논란이 재연되고 국력이 소모되는 일이 없게끔 끝까지 최선을 다하길 바란다. 이제 시간이 많이 남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