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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주의가 빚은 봄철의 사고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빚쟁이가 빚 받는 것을 잊고 고양이가 쥐잡는 것을 잊는다』는 봄철이 눈앞에 다가오고 있다. 아지랑이가 아롱거리는 새봄은 온누리에 소생의 생명력을 불어 넣어주는 것과 함께 나른함과 게으름과 방심을 가져오는 계절이기도 하다.
춘3월의 문턱에 들어서려는 지난 주말에도 반가운 화신에 앞서서 한두 사람의 방심이 빚은 끔찍한 불상사가 잇따라 일어나고 있음은 다시 한번 봄이 「사고의 계절」임을 뼈저리게 느끼게 하는 것이다.
32명의 귀중한 생명을 한꺼번에 앗아간 28일의 춘천호에의 시외「버스」추락사고도, 다음날 도봉구 방학동 건널목에서 7명의 사상자를 낸 화물「트럭」과 열차의 충돌사고도, 그리고 한 소방관의 순직을 몰고 온 예장동 화재사고도 그 모두가 연휴에 일어난 방심과 부주의로 인한 것이었음은 의심할 여지가 없다.
춘천호「버스」추락사고의 경우. 아무리 교통사고가 대형화하는 추세에 있다 하더라도 운전사의 잘못으로 이렇게도 많은 사람들이 순식간에 수장 당한 대서야 어느 누가 안심하고 「버스」를 탈 수 있겠는가.
최근에 밝혀진 한 통계에 의하면 우리 나라의 교통사고율과 이에 따른 사상자율은 세계 제1위이며, 최근 몇 년간의 한해 사상자수는 월남전 절정기의 한국군사상자수를 상회한다는 것이니 교통전쟁·교통지옥이라는 말이 가히 빈말이 아님을 실감케 하고도 남음이 있다. 다른 이유도 아니고 하찮은 부주의 때문에 이토록 교통사고 세계 제1위의 기록을 자랑한대서야 말이 되는가. 하루바삐 「달리는 흉기」인 자동차가 명실상부한 문명의 이기가 되도록 국민적인 각성이 있어야 하겠다.
불의의 사고로 졸지에 변을 당한 유족들에게 대한 충분한 보상이 이루어져야 할 것은 말할 나위도 없다.
그러나 이것만으로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지 않는가. 설사 아무리 충분한 위자료를 받아본들 사랑하는 가족을 삽시간에 잃어버린 유족들의 비통함이 줄어들 까닭이 없고, 황차 억울하게 죽은 사람들이 되살아날 수는 도저히 없는 노릇이다.
뿐더러 앞으로 일어날지도 모를 사고에 대한 효과적인 대비책을 강구하지 않고 이번에도 우리가 또 다시 이런 비극적인 사고에서 뼈아픈 교훈을 찾지 못한다면 수많은 사람의 죽음과 희생이 무슨 뜻이 있을 것인가.
춘천호에선 이미 68년에도 「버스」의 추락사고가 있어 21명이 죽었고, 의암호 등에서도 비슷한 사고가 일어났는데도 위험표시판 조차 없었다니 이는 변명의 여지조차 없는 공로당국의 직무태만이 아니고 무엇인가. 위험표지판을 세우고 「가드 레일」을 설치했더라도 아마 이번과 같은 참사는 면할 수 있었을지 몰랐다는 점에서 우리의 수심은 한결 깊기만 하다.
그러나 보다 근본적인 것은 운전기사의 방심과 부주의다. 춘천에서 화천까지의 험한 고갯길에서는 무사히 차를 몰아놓고 화천을 1㎞ 남겨둔 노폭 8m의 평탄한 길에서 어이없는 추락사고를 빚었다는 사실이 곧 이를 여실히 말해준다 하겠다.
또 도봉구 방학동 건널목에서 「우선 멈춤」을 무시하고 달리다 충돌사고를 일으킨 「트럭」운전사의 경우도, 예장동 화재사고도 모두 같은 범주에 속하는 사고임을 깊이 명심할 필요가 있다. 낡은 차·나쁜 부품·정비 불량·과다경쟁 등과 함께 사고의 가장 큰 원인으로 되는 운전기사의 부주의·방심·과속·추월 등 행위는 철저히 단속·규제돼야 한다.
특히 사고운전사의 55%가 적성에 안 맞는다는 인력개발연의 최근의 충격적인 보고도 있었으니 운전사에 대한 정기적인 교양강습을 강화해야하겠다. 몇몇 사람들의 부주의가 그 자신과 가족의 불행은 물론 국가전체에 큰 재앙을 가져오게 된다는 사실을 모두가 다시 한번 뼈저리게 느껴야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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