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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조문건 증거 채택 검사들 "위조 몰랐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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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서울시 공무원 간첩 증거조작 사건의 수사와 공판에 참여한 검사들은 최근 검찰 조사에서 “국가정보원이 우리에게 제출한 유우성씨 출입국 관련 문건 3건이 위조됐는지 전혀 알지 못했다”고 혐의를 부인했다. 국가보안법상 무고·날조 혐의로 천주교 인권위가 고발한 사건과 관련해 피고발인 신분으로 소환조사를 받는 과정에서다.

 서울중앙지검 증거조작 수사팀(팀장 윤갑근 검사장)은 피의자 유우성(34)씨 수사 초기부터 항소심 공판까지 관여했던 이모(47) 부장검사와 항소심 공판검사였던 또 다른 이모(42) 부장검사를 지난 29일 불러 조사했다고 30일 밝혔다. 이 중 항소심 공판검사는 2011년부터 지난해 사이, 1년8개월간 국정원 대공수사국에 수사지도관으로 파견 근무한 경력이 있다고 한다.

 검찰에 따르면 두 검사는 지난해 8월 1심 재판부가 유씨에 대한 간첩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하자 국정원 수사팀을 불러 대책회의를 여는 자리에서 “비공식 경로를 통해서라도 해당 문건을 구해오라”고 독려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이후 문건 3건 위조를 주도한 국정원 김모(48·구속·일명 김 사장) 조정관 등이 지난해 9~10월 유씨 출입국기록 관련 원본인 ‘출-입-입-입’과 ‘출-입-출-입’이라고 적힌 위조된 문건을 함께 구해오자 이 중 위조된 허룽시 공안국 명의 공문만 항소심 재판부에 제출했다. 이에 대해 두 검사는 “국정원 측이 ‘전산망 원본에서 입국만 두 번 기록돼 있는 오류를 발급기관(허룽시) 스스로 시정해줬다’며 제출해 믿었을 뿐 위조라는 건 전혀 몰랐다”고 주장했다.

 검찰 관계자는 “공소유지 검사들이 사전에 몰랐다고 해도 확인을 소홀히 한 책임을 피할 수는 없을 것”이라며 “이 부분은 감찰조사로 이어질 수 있다”고 밝혔다.

 이와 별도로 수사팀은 김 조정관이 지난해 11월 27일 서울 내곡동 본부청사 사무실에서 인터넷 팩스로 발신번호를 조작하는 수법으로 허룽시 공안국명의 발급 확인서를 선양총영사관으로 보낸 사실을 확인, 지시한 윗선을 수사 중이다.

 수사팀은 협조자 김모(61)씨로부터 “지난해 9~10월께 김 사장(김 조정관)으로부터 허룽시 관인(도장)을 구해달라는 부탁을 받았다”는 진술을 확보했다. 그러나 김 조정관은 “다른 협조자에게 허룽시 출입국기록을 입수한 뒤 찍힌 관인이 진짜인지 확인하기 위해 관인이 포함된 다른 허룽시 문건을 구해 달라고 했지 도장을 파 달라고 하진 않았다”고 부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김 조정관과 협조자 김씨를 31일 구속 기소할 방침이다.

노진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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