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각료 “중국 안중근 기념관은 범죄자 기념관”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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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8호 02면

지난 25일 네덜란드 헤이그에서 한·미·일 3국 정상회담이 열린 지 닷새도 안 돼 일본 각료들의 역사 왜곡 망언이 잇따르고 있다.

한·일 정상 만난 지 나흘 만에 망언 … 시진핑은 일본군의 난징대학살 비난

 일본 정부의 대변인인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관방장관은 29일 중국에 있는 안중근 기념관에 대해 “일본 입장에서 이야기하자면 범죄자, 테러리스트 기념관”이라고 말했다. 스가 장관은 이날 TV도쿄 방송에서 박근혜 대통령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 23일 헤이그에서 만나 안중근 기념관 건립에 관한 대화를 나눈 데 대해 “(한·중 양국이) 헤이그 핵안보정상회의의 취지와 동떨어진 회담을 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24일에도 “안중근에 관한 입장은 일본과 한국이 전혀 다르다”며 “일방적 평가에 기반한 주장을 한국과 중국이 연대해 국제적으로 강변하려는 움직임은 지역의 평화와 협력 구축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했다. 스가 장관은 지난 1월에도 “안중근은 사형선고를 받은 테러리스트”라고 비난한 바 있다. 스가는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에 이은 일본 정부의 2인자로 ‘아베의 입’으로 불린다.

 이에 앞서 한·미·일 정상회담 직후인 지난 26일에도 시모무라 하쿠분(下村博文) 문부과학상이 국회에서 “고노(河野) 담화와 무라야마(村山) 담화가 일본 정부의 통일된 입장은 아니다”고 밝혔다. 일본 정부가 고노·무라야마 담화를 교과서 우선 수록 대상에 포함할 것인지를 물은 질문에 대한 답변이었다. 앞으로 두 담화를 일본 교과서에 포함시키지 않을 수 있다는 뜻으로 해석돼 논란이 일었다.

 고노 담화 수정을 공약으로 내걸었던 아베 총리는 지난 14일 “(위안부 문제에 관해) 소위 고노 담화가 있으며 관방장관이 기자회견에서 밝혔 듯이 아베 내각은 이를 수정할 생각이 없다”며 “무라야마 담화를 포함해 역대 내각의 입장 전체를 이어가겠다”고 말한 바 있다. 그러나 정상회담 뒤 일본 각료들이 공식석상에서 아베 총리의 발언 취지와 맞지 않는 말을 하고 있으나 아베가 주의를 주거나 제지하진 않고 있다. 한국 정부는 아베 총리의 고노 담화 승계 표명 후 한·미·일 정상회담을 수용했다.

 한편 독일을 방문 중인 시진핑 국가주석은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일본군이 난징(南京)을 점령하고 “30만 명 이상을 살해했다”며 일본 군국주의를 비난했다고 29일 교도통신이 전했다. 중국 최고지도자가 국제무대에서 일본의 과거사를 공개적으로 비난한 것은 이례적이다. 일본 정부는 “관련 발언을 확인한 뒤 단호하게 대응하겠다”는 입장이다.

 교도통신에 따르면 시 주석은 베를린에서 한 강연을 통해 “과거 일본 군국주의 침략전쟁으로 중국인 3500만 명이 살해되거나 상처를 입었다”며 “난징대학살 과정에서 30만 명 이상이 살해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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