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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록히드·스캔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1면

「록히드」 항공 회사는 1932년에 설립된 세계 유수 기업의 하나다. 군용기·「미사일」·우주용 기기 등의 주요 「메아커」인 이 회사는 연평균 매상고만 해도 25억「달러」를 기록한다.
미국 「캘리포니아」주 「버뱅크」 (「로스앤젤레스」근교)에 본부를 둔 「록히드」는 5개의 방계 회사를 주축으로 세계에 거미줄 같은 조직망을 확보하고 있다. 지난해의 수주잔고가 무려 45억 「달러」 에 달할 만큼 경영은 활기에 차 있다.
매상의 구성을 보면 이 회사의 특성을 짐작할 수 있다. 전체 매상의 74%가 관수이며 민수는 18%, 외국에의 납품은 8%에 지나지 않는다. 상품은 각종 항공기와 그 관련 「서비스」가 60%, 「미사일」·우주 관계, 그리고 「일렉트로닉스」가 36%, 기타 4%로 구성되어 있다. 잠수함 「미사일」로 유명한 「포사이던」도 「록히드」의 제품이다.
지난 69∼70년은 L1011형 「에어·버스」를 개발했지만, 매상이 신통치 않아 적자에 허덕이고 있다. 정부 보증 융자 1억8천만「달러」로 개발한 이 항공기는 처음에 199기 밖엔 주문이 없었다. 그러나 최근엔 이 항공기의 주문이 쏟아져 들어와 미처 뒤를 대지 못할 정도가 되었다.
한때 고전을 면치 못하게 했던 L1011기 「쇼크」는 주식 배당까지도 내지 못할 형편이 되어 경영진은 초조해 하고 있는 것도 같다. 최근 이 회사의 경영 전략은 「투기」에 더 큰 관심을 갖고 있는 인상이다. 투기는 그만큼 「리스크」가 따르기 마련이다. 이번 일본 등 세계 각지에서 회오리바람을 일으킨 뇌물 「스캔들」도 역시 투기에 의한 경영의 부작용인 것 같다. 그 규모로 보아 우리의 감각으로는 천문학적이다. 일본뿐 아니라 「멕시코」·「콜럼비아」·「터키」등 에서도 「스캔들」의 불꽃이 튀고 있다. 더욱 놀라운 것은 지상 낙원으로 알려져 있는 「네덜란드」나 「스웨덴」에서까지도 문제가 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들 「스캔들」이 하나 같이 정치와 결탁 되어 있는 것은 주목하게 된다. 정치와의 결탁이란 곧 정치 자금을 의미하며 정치 자금이란 공권의 존립과도 관련이 있는 것이다.
민주 국가에서의 공권이란 그 뒤에 국민이 떠받드는 힘을 배경으로 하는 것이 이상이다. 그러나 뜻밖에도 검은 돈이, 그것도 자국 아닌 외국의 돈이 받침대의 구실을 하고 있다는 것은 충격적인 일이다. 문제가 된 나라들이 저마다 시끌시끌한 것도 무리가 아니다.
근년 세계적으로 뿌리를 내리고 있는 이른바 「다국적 기업」은 이처럼 「다국적 정치」의 면모도 함께 갖추고 있는 것 같다. 실로 한 시민의 나약한 힘이나 관심으론 그 어마어마한 음모의 근처에도 접근할 수 없게 되었다. 과연 이번 「록히드」 사건들을 어떻게들 수습할지 볼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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