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위 "반전" 의견서 파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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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라크 전쟁에 대한 파병 문제를 놓고 정부내에서조차 '조기 파병론'과 '반인권적 침략전쟁 반대'의 두 목소리가 나오는 등 극심한 진통이 일고 있다.

국가인권위원회(위원장 金昌國)는 26일 긴급 상임.비상임위원 전원위원회를 열어 위원 9명 중 7명이 참석해 찬성 5명, 반대 2명으로 반전 의견을 채택했다. 국가기관이 이라크 전쟁 반대 입장을 밝힌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인권위는 이날 발표한 의견서에서 "인권위는 유엔의 합법적 승인을 거치지 않고 시작된 전쟁에 반대한다"며 "정부와 국회가 헌법에 명시된 반전.평화.인권의 원칙을 준수해 신중히 판단할 것을 권고한다"고 밝혔다.

인권위는 ▶국제법.국제협약에 근거하지 않은 미.영의 반인권적 침략전쟁을 반대하며▶이라크 문제가 군사력이 아닌 평화적 방법으로 해결되기를 바라며▶정부와 국회가 이라크전 희생자들의 인권을 위해 노력하고▶이라크 관련 사안을 반전.평화.인권의 대원칙에 입각해 접근할 것을 권고하는 4개항의 선언을 공식 '의견'으로 발표했다.

인권위 직원 30여명도 인권위 인터넷 홈페이지에 '인권을 유린하는 전쟁과 파병에 반대한다'는 제목의 성명을 발표했다.

반면 노무현 대통령은 이날 육군 3사관학교 졸업식에서 "정부의 건설 공병과 의무부대 파병 결정은 명분이나 논리보다는 북핵 문제를 슬기롭게 풀어나감으로써 한반도의 평화를 유지해야 한다는 대단히 전략적이고 현실적 판단에 기초한 것"이라며 파병에 대한 기존입장을 재확인한 뒤 "국민 여러분의 깊은 이해가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이에 앞서 청와대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유인태(柳寅泰)정무수석은 "파병안 처리는 가능한 빨리 해야 하며 盧대통령의 국회 연설이 예정된 4월 2일 전에 가급적 처리돼야 한다"고 '조기 파병'입장을 밝혔다.

라종일(羅鍾一)국가안보보좌관은 "이번 전쟁은 명분이 있는 전쟁"이라며 "한.미 동맹 관계에서 원칙을 한번 세워놓으면 여론 추이 등에 지나치게 영향을 받아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최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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