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신당 첫 행보는 벼랑끝 '낀 계층'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6면

새정치민주연합이 27일 1호 법안으로 ‘세 모녀 방지법’을 발의했다. 김한길(왼쪽)·안철수 공동대표가 이날 척추장애를 겪고 있는 이인숙씨의 서울 연희동 집을 방문해 위로하고 있다. [김경빈 기자]

신당을 창당하면 으레 가는 국립현충원 대신 새정치민주연합 김한길·안철수 공동대표는 27일 서울 서대문구청 희망복지지원단을 찾았다. 사회복지사들과 오찬 간담회를 하고 장애 5급 판정을 받고 공공근로를 하고 있는 이인숙(61)씨를 만났다.

 이씨는 디스크 수술 부작용으로 일을 할 수 없는 남편과 무혈성괴사증을 앓고 있는 아들이 있지만 과거 어디선가 기증받은 중고 승용차가 문제가 돼 기초생활수급자에 선정되지 못했다. 현재 서대문구청의 ‘100가정 지원사업’ 덕에 도움을 받고 있다. 이씨는 “자살 시도도 여러 번 했다”며 “‘세 모녀 사건’을 정말 이해한다. 도움이 필요해 손을 내밀었을 때 여러 제도로 거절당해 죽고 싶었다”고 토로했다.

 이에 김 대표는 “나라에서 제도적으로 우리 어머니를 도울 수 있게 제도를 고쳐야겠다. 모든 분들에게 고루 관심이 주어질 수 있도록 정치가 많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안 대표도 “이번에야말로 제대로 제도를 만들어서 어려운 분들을 구할 수 있게 하고 지속적으로 좋은 복지제도를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새정치민주연합은 이날 창당 후 첫 법안으로 ‘세 모녀 방지법’을 발의했다. 지난 2월 서울 송파구에서 생계문제로 자살한 세 모녀 사건에서 드러난 복지 사각지대를 해소하자는 법안이다. 안철수 대표가 대표발의한 기초생활보장법안은 부양의무자가 있으면 기초생활수급대상에서 제외되는 점을 고려해 부양의무자의 범위를 축소하고 수혜 범위를 넓히는 것을 골자로 하고 있다. 김한길 대표가 대표발의한 긴급복지지원법안은 수혜 대상자에게 신속한 지원이 이뤄질 수 있도록 지방자치단체장에게 지원대상자 선정 권한을 부여했다. 최동익 의원이 대표발의한 사회보장수급권자 지원법안은 지원이 절실한 소외계층을 정부가 적극적으로 발굴하게 하는 내용이다.

 안철수 대표는 이날 첫 최고위원회의에서 “어떤 정치 의제도 민생보다 우선할 순 없다”며 “착하고 성실하게 사셨지만 사회구조적 허점과 무관심으로 세상을 등진 송파 세 모녀 비극이 다시는 일어나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김한길 대표도 “국민이 먹고사는 문제를 최우선 과제로 삼는 게 새 정치”라고 거들었다.

 새정치민주연합은 정치적 행사를 최소화하고 민생 중심 행보를 이어갈 계획이다. 현장 방문 시에는 문제 해결을 위한 정책 대안을 제시한다는 방침이다.

 또 최고위원회의와 별도로 상임최고위원회의를 운영하기로 했다. 최고위원이 18명임을 감안해 통상의 최고위원회의는 김·안 공동대표와 10명의 상임최고위원이 참석하고, 중요한 사안이 생길 때만 18명의 최고위원들을 소집하기로 했다. 옛 민주당 측에선 신경민·조경태·양승조·우원식 최고위원과 전병헌 원내대표, 안철수 대표 측에선 이계안·이용경·정연호·김삼화·표철수 최고위원을 선임했다.

 옛 민주당 측은 기존 선출직 최고위원들이다. 안 대표 측에선 정연호·김삼화 변호사가 눈에 띈다. 진주기계공고 출신인 정 변호사는 사법시험 25회에 합격해 서울동부지검 검사, 한중법학회 부회장 등을 지냈다. 새정치민주연합 관계자는 “정 변호사는 공업고교 졸업 후 인쇄소에서 근무하다 부산시 9급 공무원 생활을 하며 야간 대학(동아대)에 진학해 사법시험에 합격한 뒤 11년간 검사로 일한 입지전적인 인물”이라고 소개했다. 유일한 여성 최고위원인 김 변호사는 대전여고와 서울시립대를 나와 대한변호사협회 부회장, 한국성폭력상담소 이사장, 한국여성변호사회 회장을 역임했다.

 ◆민주당 당명 쟁탈전=새정치민주연합 출범으로 민주당이 소멸되자 ‘민주당’ 이란 이름으로 새 정당을 만들겠다는 등록 신청이 27일 2건이 접수됐다고 중앙선관위가 밝혔다. 옛 한나라당이 새누리당으로 개칭하자 영남 지역에서 한나라당 이름을 쓰는 새 정당이 생긴 것과 같은 양상이다. 선관위 측은 “자격요건 충족 여부를 살펴 등록이 가능한지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정당법상 창당준비위의 경우 200명, 시·도 당의 경우 100명 이상의 발기인이 있으면 선관위에 등록할 수 있다.

글=박성우 기자
사진=김경빈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