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5만원 아낀 불량 H빔, 경주 참사 불렀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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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비용 절감과 공사기간 단축. 지난달 부산외국어대 신입생 등 10명의 목숨을 앗아간 경북 경주시 마우나오션리조트 체육관 붕괴 사고의 배경에는 이 두 가지가 있었다. 이는 부실자재 사용과 부실 시공으로 이어졌다. 여기에 지붕 위의 눈을 치우지 않은 관리 소홀이 겹쳐 체육관이 무너진 것으로 경찰은 결론지었다.

 경북경찰청은 27일 체육관 붕괴 사고 종합 수사결과를 발표했다. 가장 큰 문제는 불량 자재 사용이었다. 기둥으로 쓰인 14개 H빔이 그랬다. 설계보다 25%가량 강도가 떨어지는 자재를 썼다. 경찰은 이로 인해 시공사가 비용을 약 95만원 줄였다고 밝혔다. 약한 기둥을 쓴 데는 공기를 단축하려는 목적도 있었다. 강도가 떨어지는 자재는 바로 구할 수 있었지만, 설계에서 정한 강도를 갖춘 자재는 주문을 하고 한 달가량 기다려야 했다고 경찰은 설명했다.

 시공 또한 건성건성이었다. 기둥인 H빔을 받치는 기초공사부터 부실했다. 시멘트와 모래를 섞은 ‘모르타르’를 사용해야 하는 부분을 그냥 시멘트로 대충 처리했다. H빔을 기초에 연결할 때 H빔 하나당 볼트(수나사) 4개를 써야 하는데 2개만 썼다. 볼트 자체도 문제였다. 갈고리 모양으로 기초에 단단히 박히는 ‘L’자형 대신 밋밋한 ‘I’자형을 사용했다.

 이처럼 부실 자재와 부실 시공이 겹친 가운데 지붕에 폭설이 쌓이자 체육관은 무게를 견디지 못하고 무너졌다. 국립과학수사연구소는 당시 지붕 위에 1㎡당 114㎏의 눈이 쌓인 것으로 추정했다. 지붕 전체로는 140t, 다시 말해 신형 LF쏘나타 100대에 맞먹는 무게의 눈이 내리누르고 있었던 것이다. 경북경찰청 박종화 강력계장은 “제대로 자재를 쓰고 정상으로 시공했다면 건물이 눈 무게를 버틸 수 있다는 결론이 나왔다”고 말했다.

 경찰은 이 같은 수사 결과를 바탕으로 마우나오션리조트 김모(56) 사업본부장과 시공사인 S건설 서모(51) 현장소장, H빔을 공급한 강구조물업체 임모(54) 대표 등 6명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또 체육관 지붕 위 눈을 치우지 않은 리조트 박모(50) 총지배인 등 16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경찰은 “이와 별도로 2009년 리조트 설립 인허가 과정에 문제가 있는지 살피는 중”이라며 “2명 정도 추가 사법처리할 수 있다”고 밝혔다.

 마우나오션리조트 체육관은 부산외대 신입생과 재학생 1000여 명이 신입생 환영 행사를 하던 지난달 17일 무너져 10명이 사망하고 204명이 다쳤다. 중상을 입은 장연우(19·미얀마어)양은 아직 서울 아산병원 중환자실에 입원 중이다.

경주=김윤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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