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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취재일기

규제개혁 역행하겠다는 동반성장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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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3면

김영민
김영민 기자 중앙일보 기자
김영민
경제부문 기자

‘샘표간장’으로 유명한 샘표식품은 요즘 간장 사업 대신 육포 같은 다른 사업에 눈을 돌리고 있다. 2011년 9월 간장이 중소기업 적합업종으로 지정된 뒤 동반성장위원회로부터 ‘사업을 축소하거나 확장을 자제하라’는 권고를 받았기 때문이다. 이 회사 관계자는 “전문업체는 대기업이라 하더라도 적합업종 규제에서 빼줘야 하는 것 아니냐”며 “적합업종으로 묶인 3년 동안 동반위의 의도대로 간장업계 중소기업들이 정말로 많이 성장했느냐”고 반문했다.

 대통령까지 나서 규제 철폐를 주창하지만, 정작 시장 원칙에 반하는 중소기업 적합업종은 세포 분열하듯 늘어날 판이다. 동반성장위원회는 이달 26일 수퍼마켓·예식장·자동차 임대업 등 34개 품목을 추가 목록에 올려 놓고 있다. 적합업종으로 지정되면 대기업은 진입 자제나 확장 자제, 사업 축소나 사업 철수 같은 규제를 받는다. 약자보호, 골목상권 활성화 등 사회적 대의를 위해서 이익을 많이 내는 대기업이 희생을 감수해야 한다는 논리다. 동반위는 올해 3년 시한이 만료되는 82개 제조업 품목도 재지정을 추진 중이라고 한다.

 유장희 위원장을 비롯한 동반위 관계자들은 적합업종 제도가 “민간이 서로 ‘협의’해서 만든 시장 질서”라고 강조한다. 하지만 실시 3년이 된 현재, 중기적합업종은 대·중소기업 간 ‘아름다운 합의’라기보다 ‘반관반민(半官半民)’ 성격을 띠는 동반위가 당초 계획대로 밀어붙였다는 게 중론이다.

 사실 규제를 원하는 건 국민이 아니라 특별한 혜택을 원하는 소수의 이익집단이다. 그래서 목소리 큰 사람들이 유리하다. 제과업을 적합업종에 묶어 ‘동네 빵집’ 500m 이내에는 대기업 빵집을 출점하는 걸 막았던 김서중 한국제과협회장은 만장일치로 회장직에 연임됐다고 한다. 김 회장의 목소리가 있어야 적합업종 규제가 유지될 수 있다는 걸 동네 빵집 주인들이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어렵게 커온 제과업 중견업체와 또 다른 골목의 프랜차이즈 자영업자들은 외면하는 결과가 나타났다.

 생각해 보면 중기적합업종은 갈 길이 미리 빤히 보였던 제도다. 1979년부터 2006년까지 시행하다 온갖 부작용으로 정부 스스로 접었던 ‘중소기업 고유업종 제도’의 복사판이기 때문이다. 시장에 인위적 칸막이를 쳐 경쟁을 제한하는 건 중소기업에도, 소비자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세계 최대 회전초밥 업체인 일본계 체인 ‘스시로’는 올해 초 2018년까지 국내에 점포 80개를 내겠다는 계획을 세웠다고 한다. 스시로는 외국계 업체라 적합업종 규제를 받지 않는다. 동반위가 펼쳐놓은 울타리 덕에 정작 외국 기업들만 콧노래를 부르고 있다.

김영민 경제부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