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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생교육원 다니고, 독서모임 토론하고 … "자녀 교육에 도움되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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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학을 공부하는 모임’ 회원들. 매주 화요일 오후 8시에 모여 니체·소크라테스·존 로크 같은 철학자의 사상을 공부한다. [프리랜서 진수학]

공부하는 엄마가 늘고 있다. 자녀교육에 도움이 되는 공부를 하는 엄마들, 자기계발을 목적으로 배우는 엄마가 많아졌다. 엄마들끼리 공부하고 지식을 나누기 위해 모임을 만든다. 공부는 혼자 하는 것보다 여럿이 하는 게 재미있단다. 공부 재미에 푹 빠진 천안·아산 엄마들을 만났다.

“초등 4학년에 올라간 딸이 중국어를 배우고 있다. 딸이 엄마와 중국어로 대화하면 더 재미있어 할 것 같아 공부하게 됐다.”

 혜원이 엄마(39·천안시 불당동)는 중국어를 배운다. 아파트 부녀회가 중국어 교실을 연다는 소식을 듣고 반가운 마음에 서둘러 신청서를 제출했다. 매주 월요일 오전 10시부터 한 시간 동안 12명의 엄마가 공부한다. 강사는 재능 기부자로 나선 아파트 주민이다. 교재만 구입하면 기초부터 배울 수 있다.

아이와 소통 위해 중국어 배워

혜원이 엄마는 “아이와 중국어로 간단한 대화 정도는 할 수 있게 됐다. 요즘 어떤 내용을 배우는지 자연스럽게 이야기하고 모르는 거 가르쳐 달라고 하면 혜원이는 선생님이 된 듯 엄마를 가르친다”며 즐거워했다.

 혜원이 엄마처럼 각종 공부 모임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엄마가 늘고 있다. 중2와 초등 6학년에 다니는 두 아들을 둔 이우숙(41·천안시 신방동)씨는 충남평생교육원에서 개설한 ‘맘 티처 스쿨’에 다닌다. 학부모들의 자녀교육 역량을 키워주는 프로그램이 맘에 들어 신청했다. 부모역할, 인성지도, 학습지도, 창의력 개발, 교육정책 등 다양한 주제로 10회에 걸쳐 진행된다. 정원 50명을 훌쩍 넘은 120명의 엄마가 수업을 듣고 있다.

 이씨는 아이들이 자랄수록 어떻게 교육해야 할지 어려움을 느꼈다. 그래서 맘 티처 스쿨 모집공고를 보자마자 신청서를 냈다. 이씨는 “충남평생교육원이 정원을 늘려 겨우 수업을 들을 수 있게 됐다”며 “아이들에게 열심히 공부하는 엄마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고 말했다.

인문학 공부로 자신감 얻어

배윤주(43)씨는 매주 화요일 저녁 ‘인문학을 공부하는 모임’에 나간다. 매주 7, 8명의 엄마가 모인다.

4년째 이어지고 있는 이 모임은 매주 한 권의 책을 읽고 토론하는 모임이다. 니체·소크라테스·존 로크 등 철학자들의 강좌를 단체로 구입해 보고 리더인 발제자가 두 시간 동안 강의를 진행한 뒤 토론한다. 지난달에는 김남우 고려대 철학과 교수를 초청해 ‘몸의 정치학’을 주제로 강의를 들었다.

 배씨는 “유명한 철학가들의 강좌를 들으며 느끼는 점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사회를 바라보는 시각도 달라졌다. 왜 빨리 시작하지 않았을까 후회될 정도다. 가장 큰 보람은 내 자신이 너무 멋있게 느껴진다는 거다”라고 말했다.

 이지현(43)씨는 매주 수요일 아산시 용화동에 있는 다락 북카페를 찾는다. ‘시밀레’라는 모임에 참석하기 위해서다. 2주에 한 권씩, 미리 정해놓은 책을 읽는 모임이다. 8명의 회원이 모인 지 4년이나 됐다. 회원 대다수는 이씨처럼 서울에서 이사온 사람이다.

 이번 학기에는 미국 작가의 책을 선택해 회원 모두 미국 역사부터 공부하고 있다. 시밀레는 책을 읽고 난 후 소감을 꼬박꼬박 기록으로 남겨 문집을 만들기도 한다. 이씨는 “책 한 권으로 만난 사람들과의 인연이 소중하다. 책과 모임으로 나와 다른 성향의 사람들을 인정하고 배려하는 방법을 알게 됐다”며 만족해 했다.

장찬우 기자, 김진숙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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