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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일 정적 깬 유혈총격-AP·「로이터」기자가 목격한 「빈」OPEC본부 난동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3면

다음은 AP 및 「로이터」기자의 OPEC건물 습격 목격담이다.
21일 아침 「빈」에는 눈이 내리고있었고 기온은 섭씨영하 9도의 추운 날씨였다.
나는 석유수출국기구(OPEC)본부 「로비」에서 5, 6명의 기자들과 함께 위층에서 열리고 있는 석유가격에 관한 OPEC각료회의의 결과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때 6명의 젊은이들이 「로비」에 들어서면서 억양이 거센 영어로 우리와 함께 있던 여자 방송기자에게 『OPEC회의가 계속중인가』라고 물었다. 이 여기자가 그렇다고 대답하자 이들은 비상 출구 끝에 앉아있는 내 앞을 지나 위층으로 올라갔다. 그들 중 2, 3명은 「스포츠맨」들이 정구 「래키트」나 운동복들을 넣어 가지고 다니는 「아디다스」가방을 가지고 있었다.
이때 「비즈니스·위크」지의 「밀라노」특파원인 「론·타기아스코」가 농담조로 『기다려봐, 그들이 저 가방에서 기관총을 꺼낼 테니까』라고 말했다.
6명의 젊은이들은 모두 장발에다 긴「코트」를 입고 몸집들이 가늘었으며 그중 1명은 여자 같아 보였다.
그들 6명 중 2명의 흑인들이 내 앞을 지나갔을 때 나는 기자들을 바라보며 『「앙골라」대표단이 간다』고 농담했다.
우리는 「앙골라」가 OPEC가입신청을 낼 것으로 예상하고 있었다.
그러한 말은 또한 이 사람들의 평범하고 거의 특징 없는 얼굴 때문이었는지도 모른다.
일행중 상당수가 살을 에는 듯한 날씨에도 불구하고 가벼운 「코트」차림이거나 신사복 차림이었다. 여자들의 옷차림도 평범한 것이었다.
그들은 조금도 지체하지 않고 위층으로 걸어 올라갔다.
그로부터 2분 정도 지났을 때 『탕-탕탕탕』하고 총성이 들렸다.
나는 『총소리다』고 말하면서 6명의 젊은이들이 올라갔던 위층으로 따라갔다.
2,3계단을 뛰어올라 갔을 때 검은 피부의 젊은이가 OPEC 「리셉션」장으로 가는 문의 유리창을 통해 힐끗 보였다.
그는 OPEC각료회의장에서 떨어져있는 OPEC집행부사무실을 향해 소형기관단총을 쏘고있었다.
나는 『맙소사. 그들이 총을 쏘고있다』고 외치며 몇 계단을 뛰어내려와 어리둥절 하는 동료기자들 앞을 지나 계단 옆에 놓아둔 「톱·코트」도 잊은 채 건물 밖으로 달려나갔다.
나는 그 당시 OPEC본부 밖을 지키고 있던 단 한사람의 「오스트리아」경관에게 고등학교 때 배운 서투른 독일어로 상황을 설명했다. 그는 내 말을 반신반의한 채 어쩔 줄을 모르며 어디가면 전화를 걸 수 있느냐고 물었다. 나는 거리에 있는 「카페」로 가서 전화를 하라고 가르쳐 주었다.
위층에서 『탕탕』하는 총소리가 두번 나더니 조용해졌다. 나는 대리석복도를 내려다보았다. 내가 추위에 떨고 있는 사이에 경찰차 들이 「사이렌」을 울리며 푸른 경보 「라이트」를 비추며 달려왔고 몇 명의 경찰관이 권총을 빼어든 채 현장에 도착했다.
그 순간 『탕탕탕』하고 총소리가 들렸다. 무슨 전구가 깨지는 소리와도 같았다. 경찰들이 안으로 들어갔다. 추위에 떨고 있던 나는 그들 틈에 끼어 올라가 계단 근처에 두었던 내「코트」를 움켜쥔 뒤 재빨리 빠져 나왔다. 뒤 이어 여러 명의 경찰관들이 건물에서 뛰어나왔다. 나는 내가 서있었던 서점문 틈으로 밖을 내다보았다.
한 늙은 「오스트리아」인이 총탄에 맞아 얼굴이 엉망이 된 채 들것에 실려 가는 것이 보였다. 그는 의식불명상태였고 목에서 피가 흐르고 있었다. 기자들이 건물 밖의 흰눈 속에 서있을 때 누군가가 『안에서 총을 쏜다』고 비명을 질렀다.
몇 발의 총성이 조용한 일요일 한낮의 「빈」거리를 뒤흔들었다. 기자들은 몇 대의 자동차 뒤 눈 속으로 뛰어들었고 경찰관 1명이 총을 겨누었다.
후에 경찰은 불과 몇m 떨어진 곳에 세워둔 경찰호송「트럭」의 옆구리에 뚫린 두개의 총알구멍을 보여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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