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을 수 없는 선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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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경기도의 어느 아담한 중학교였다. 내가 어려서부터 생각하던 그런 풍경이었고, 학생들 역시 별빛처럼 초롱한 눈빛의 순진한 아이들이었다.
사회에 첫발을 내디딘 햇병아리 선생이었던 나는 그들에게 내 나름의 모든 정열과 진심을 쏟기에 여념이 없었다.
어느 해였던가 2학기도 거의 다가고 겨울 방학을 하루앞둔 12월24일 「크리스머스」 전날이었다고 기억된다. 헤어지는 아쉬움을 달래며 마지막 종례를 끝내고 났을 때 갑자기 『눈을 감으라』는 학생들의 요구가 날 당황케 했다.
영문을 몰랐던 나는 하는수 없이 하라는 대로 두 눈을 꼭 감았다. 그러자 어느 남학생의 것인 듯 싶은 거친 손이 내 왼쪽 손목을 잡고 차가운 금속의 느낌을 주는 무엇인가를 채워주는 것이었다.
순간, 교실의 떠나갈 듯한 박수 소리에 놀라 눈을 뜨고 손목을 보았을때 나는 형언키 어려운 감정에 휘말릴 수 밖에 없었다. 단순히 기쁘다기 보단 어떤 감격에 가까운 느낌이 날 휘청거리게 했으니 말이다.
난 간신히 『고맙다. 하지만 너희들은 너무 지나친 녀석들이야-.』 열적은 한마디 인사를 하고 총총히 교무실로 돌아와서도 계속 중얼거렸다.
『녀석들, 주제넘게 시계가 다 뭐야-.』
하지만 해마다 이맘때가 오면 난 사회 초년생 병아리선생때에 대한 진한 향수를 털어버릴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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