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치됐던 강남 알짜 땅, IT단지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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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당선을 끼고 있어 IT 복합단지로서 성장하기 좋은 조건이다.”(박원순 서울시장)

 “주변에 모바일 및 IT 관련 기업체가 없어 인프라가 부족하다.”(벤처사업가 김해광씨)

 24일 오후 2시, 서울 강남구 개포동 옛 일본인학교 운동장에서 열린 ‘IT 중심 복합단지 계획’ 공청회 풍경이다. 서울시는 이날 개포동 옛 일본인학교 부지(1만6077㎡·4865평)에 IT 중심 복합단지를 조성하는 계획안을 내놨다. 강남 한복판의 금싸라기 땅인 옛 일본인학교 부지는 4년째 비어 있다. 적절한 용도를 찾지 못해서다. 시가 학교 부지를 매입한 건 2010년. 일본인학교는 그해 9월 상암디지털미디어시티(DMC)로 이전했고 시는 1126억원을 들여 땅을 구입했다.

 시는 당초 학교 건물을 재건축해 세계적 수준의 영어권 외국인학교를 유치할 계획이었다. 2년 넘게 미국·영국 등 영어권 학교와 접촉했지만 결국 유치에 실패했다. 글로벌 경제 위기 여파로 서울에 있는 외국인 학생 수가 줄었기 때문이다.

 시는 지난해 방향을 틀었다. 학교 대신 외국계 기업 유치에 나섰다. 하지만 개포주공5단지 아파트를 비롯해 주변이 아파트와 양재천으로 둘러싸여 기업이 입주하기엔 기반 시설이 부족했다. 수천억원의 땅이 4년 넘게 공터로 남아 있자 박 시장이 나섰다. 그는 지난해 11월 서울시립대 초청 강연에서 “비어 있는 강남구 개포동 옛 일본인학교 부지에 모바일 천국을 만들겠다” 고 말했다.

 박 시장의 말을 반영해 시가 대안을 내놨지만 고민은 여전하다. 2016년 상암동에 건설될 ‘IT-콤플렉스’ 때문이다. 시는 2000억원을 들여 2개 동(18·21층) 규모의 빌딩을 조성 중이다. 시 내부에서도 개포동 IT 단지와 상암동 IT-콤플렉스의 기능이 겹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에 대해 서울시 박태주 정보기획팀장은 “상암이 TBS 교통방송과 데이터센터 등 하드웨어 중심이라면 개포동은 개발자를 위한 공간으로 특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강기헌 기자·최서혜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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