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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찾으면 대박" 진주에 운석 사냥 행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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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조용하던 시골마을이 운석 때문에 연일 들썩이고 있다. 경남 진주시 미천면 오방마을은 23일에도 운석을 찾으려는 외지인의 발길이 하루 종일 이어졌다. [송봉근 기자]
지난 11일 진주시 미천면 오방리 중촌마을 밭에서 발견된 운석. [뉴스1]

밤농사 짓던 농촌 경남 진주시 미천면이 인파로 북적거리고 있다. 이곳에 운석이 떨어진 지 2주일이 지났는데도 그렇다.

 일요일인 23일 오후 경남 진주시 미천면 오방리 중촌마을. 가벼운 옷차림을 한 40여 명이 야산 구석구석을 뒤지고 있었다. 이 야산은 운석이 발견된 콩밭 근처에 있다. 가족들과 온 김준회(45·경기도 성남시 정자동)씨는 “운석을 찾으면 좋겠지만 71년 만에 국내에 운석이 떨어진 현장만이라도 보고 싶어 왔다”고 말했다.

 운석 발견지점을 지나는 왕복 2차선 1007번 지방도로가에는 수백 대의 차량이 주차돼 있다. 변변한 관광지가 없는 마을에선 보기 드문 광경이다. 탐사객들은 특히 운석 발견 중간지점인 벌당·정성마을 일대에 집중됐다. 김대우(48·부산시 해운대구 좌동)씨는 운석 낙하 구덩이에서 흙을 파서는 종이에 쌌다. 그는 “운석이 떨어진 곳에 있을 ‘우주의 기운’을 집에 가져갈 작정”이라고 말했다.

 전문 운석 사냥꾼으로 보이는 이들은 끝이 자석으로 된 막대와 위성위치확인시스템(GPS)으로 무장하고 이곳저곳을 누볐다. 운석에는 철 성분이 많아 근처에 가면 자석막대가 움직인다. 이들은 “운석을 찾느냐”는 물음에 대답 없이 사라졌다. 미천면사무소 이순금(56) 주민생활지원담당은 “매일 자석에 붙는 돌을 가져와 운석인지 확인해 달라는 사람들이 있다”며 “전문가를 연결해 주지만 전부 운석이 아니라고 판정 나는 걸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현지 주민들은 기대 반 우려 반이다. 식당과 가게는 매상이 올랐다. 오방수퍼 박만종(65) 대표는 “조용하던 마을에 이렇게 사람들이 많이 오기는 처음”이라며 “덕택에 장사는 전보다 잘된다”고 말했다. 하지만 산불과 농작물 피해는 걱정거리다. 요즘은 미천면에서 한참 밤나무를 접붙일 때다. 운석 탐사객들이 이리저리 돌아다니며 접붙인 가지를 부러뜨리면 농사를 망친다.

 운석 탐사객들이 몰리자 진주시는 아예 운석을 관광 자원화하기로 했다. 운석이 발견된 곳에 운석 모형과 안내판을 설치하고, 발견지를 잇는 둘레길을 조성할 계획이다. 진주 항공산업단지 안에 운석 전시실을 마련하고 각종 축제에서도 운석 전시회를 열어 운석 도시로서의 이미지를 가꾸기로 했다. 모델은 미국 ‘UFO(미확인비행물체)의 도시’로 이름난 미국 뉴멕시코주 로스웰이다. 작은 시골 마을이었으나 1940년대 미확인비행물체 잔해와 외계인 추정 시신이 이곳에서 발견됐다는 소문이 퍼지면서 세계적으로 유명한 도시가 됐다.

 한편 정부는 진주 운석이 지난 9일 전국에서 관측된 유성에서 떨어져 나왔다고 24일 공식 확인했다. 천문연구원과 연세대가 전국 각지에서 확보된 영상을 토대로 유성 궤적을 분석한 결과 유성이 수도권 대기권에 진입한 뒤 경남 함양·산청군 상공에서 폭발해 진주시에 떨어졌다는 설명이다.

 정부는 진주 운석을 학술적으로 활용하고 국가 차원의 운석 관리체계를 마련하기 위해 범정부 대책반을 구성하기로 했다. 미래창조과학부가 주도하고 해양수산부·문화재청과 한국천문연구원·한국지질자원연구원·극지연구소·한국항공우주연구원 등이 참여한다. 대책반에선 운석 검증단을 운영하고 운석 관련 국가 기록을 만들기 위해 등록제를 도입하는 것 등을 논의할 계획이다.

진주=김상진 기자, 김한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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