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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의·자각은 높아져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5면

「유엔」이 선포한『세계여성의 해』의 기류를 타고 연초부터 갖가지 구호와 기념행사계획이 쏟아져 나왔던 국내 여성단체들은 행동보다 행사에 치우친 채 이렇다할 성과 없이 세모를 맞고있다. 줄을 이은 계몽강연·「세미나」·좌담회·공청회에도 불구, 근로여성문제·가족법 개정문제등 굵직한「이슈」는 내년으로 넘겨졌으며 산발적인 취미·여가활동의 인상을 씻지 못한 채 범녀성단체의 효율적 조직화를 숙제로 남겼다. 그러나 여성문제에 대한 여성스스로의 관심과 자각이 가장 크게 일었던 해이기도 했다. 몇가지 중요문제에 관한 여성단체활동을 결산해본다.

<가족법개정>
지난 73년 6월 61개 여성단체가 모여 범여성 가족법개정 추진위원회를 결성, 호주제폐지등 여성의 일방적 희생을 강요하는 현행 가족법 10개조항의 개정을 제기한 이래 논란이 되어오다가 드디어 올해는 국회법사위에 제출됐다. 여류의원등 20명의 제안위원들은 일단 법사위문턱을 넘어선 것 만해도 큰 성과로 여기고있으나 금번 정기국회에 상정되지 못함으로써 내년으로 넘어갔다.
각 여성단체는 가족법 개정 추진 「캠페인」 을 활발히 별여 왔으나 여성일반의 법에 대한 인식부족과 끈질기고 조직적이 못되는 행사의 탓 인듯 그 결과는 불확실했다. 이들 중 가장 두드러진 활약을 한 것이 YWCA.
전국의 1만여 회원을 동원, 국회의원에게 편지 보내기 운동을 벌였으며 지난 10월에는 가두시위·전단나눠주기·국회의원 직접접촉등을 위한「가족법개정추진대」를 결성하기도 했다. 또한 금년 들어 가정법률상담소 (소장 이태영)를 찾은 상담자가 11윌 현재 8천7백명으로 대폭 늘어난 것은 가정문제를 스스로 해결하려는 일반여성의 자각으로도 풀이된다.

<여성근로자보호>
서울YWCA는『Y노동교실』 을 설치, 노조간부들의 교육에 힘쓰는 한편 6개월 과정의 안내양 교육을 실시했다. 지난 12월4일 전국자동차노조가 「심포지엄」을 개최, 하루펑균 15·2시간의 격무에 시달리는 안내양의 실태를 밝히는 등 자체행사를 유도하는 효과가 컸다. 직업여성의 차별대우와 여성차별 정년제 페지를 위한「세미나」를 갖기도.
또 한국부인회는 지난 여름 서울부근 외 여공8백명을 대상으로 『근로여성실태조사』를 실시, 저임금·부당한 노동시간과 작업환경, 후생 시설 외 문제점을 지적했으나 『정책적차원에서 해결될 수 밖에 없다』 는 벽에 부딪쳐 헝식적인 시정 건의로 끝났다. 여성근로자 문제는 가장 중요한 문제이면서도 사회 각층으로부터의 압력·간섭으로 실효를 기대할수 없는 상황이었다는 것이 지배적 의견이다.

<소비자보호>
상품의 질적인 개선, 성분검사등 대「메이커」를 대장으로 하는 본격적 활동을 하지 못하고 불량상품 고발접수, 시장조사, 물물교환, 공동구매등 자체 「클럽」 단위의 소극적 행사에 그쳤다.
소비자교육·교재 발간등 한때 활발했던 서올YWCA 소비자보호 위윈회는 지난봄「분유이물질검사」를 실시, 성분 분석 아닌 깡통·포장에 관한 보고로 끝내,「좋은 게 좋다」는 식으로 핵심을 해피한 듯한 석연치 않은 여운을 남기기도. 한국부인회가 역점사업답게 각종상품품평회·불량상품전시회·소비자보호 「세미나」등 20여건을 기록했다.
이상과 같이 행사는 많아도 실속이 없는 것은 대부분의 여성단체가 유명인사를 대표로 한 소수 측근들로 구성돼 있어 친목단체의 성격인데다 겉치레위주로 흐르는 경향 때문. 24개 회원단체를 갖고있는 여성단체협의회 조차 젊고 능력 있는 실무진의 손이 부족하고 회원단체간의 횡적 연결이 안되어 비슷한 행사들이 중복되고 있는 실정이다.
대개가 내세우는 예산부족보다는 예산의 합리적 운용이 더 시급한 실정. 일례로 보사부가 소비절약「캠페인」을 위해 지난달 17일 갑작스럽게 각 여성단체에 방출한 2천7백만윈의 지원금 중에서 1천만원이 전단인쇄비로, 강연이나 대회에 수백만원씩이 소요 되는것은「소비절약의 본뜻과는 거리가 먼 것이 아닌가하는 의문까지 대두되고 있다. 연내에 이 자금을 소화하지 못하면 반납하기도 어렵기 때문에 충분한 사업계획 없이 각종 행사를 해야할 형편이라고 여성단체간부들은 정부의 때늦은 선심에 오히려 불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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