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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붐」의 현지진단-지나친 기대는 아직 이르다.(상)-진출준비 충분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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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테헤란=이근량통신원】「이란」의 광대한 사막에 불붙기 시작한 「코레·붐」은 아직까지 서막에 불과하다. 「오일달러」의 홍수 속에 전국토의 「오아시스」화를 내건 「이란」에서의 한국인은 풀 한포기 없는 사막과·섭씨 30도를 넘는 남부 항구 등 전역에 걸쳐 활약하면서 때로는 「달러」방석에 올라서는가 하면, 때론 일거리조차 찾지 못하는 시행착오도 없지 않다. 「이란·붐」에 대한 지나친 기대가 실망이나 좌절로 변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 현지의 실상을 찾아본다.
「이란」의 「코레·붐」은 초기의 월남 「붐」과도 비교가 된다.

<줄잡아 3천명 체재>
금년초부터 급격히 증가된 기술자만도 현재에는 2천5백여명에 상사주재원과 임시 출장자를 합치면 줄잡아 3천명, 수도인 「테헤란」은 말할 것 없이 남쪽의 「호람샤」에서부터 북쪽의 「게르만샤」에 이르기까지 「코레」의 맥박이 뛰지 않는 곳이 없다.
「테헤란」공항만 해도 입국절차를 밟는 한국인들이 줄지어 있고 「호텔」과 거리마다 삼삼오오 짝지어 오가는 장면은 손쉽게 찾아볼 수 있다.
이같이 일대 「붐」이라 해도 아직까지는 연간2백여억「달러」씩 쏟아져 들어오는 「오일달러」와 제5차5개년 계획을 겨냥한 예비진출에 불과할 뿐이다.
한국은 금년을 계기로 건설업체와 상사, 그리고 많은 기술자들이 「이란」에 진출했고 지난해까지 4천8백만「달러」에 이르던 수출고가 11월말현재 1억2천만「달러」에 이르렀다.

<다수 국과 유사협정>
그러나 「이란」의 한국인의 진출을 무제한 받아주는 것만은 아니다. 최근 서울에서 체결한 한국·「이란」간의 합의의정서도 결코 낙관할 수 있는 것만은 아니다. 의정서자체가 강제규정을 배제하고 있다는 점도 있겠지만 「이란」이 벌써 이와 유사한 의정서를 다수국가와 교환했다는 점에서 그 시행까지는 많은 난관이 예상되고 있다. 현지사정으로 볼 때 의정서자체는 문호개방을 뜻하며 상호간 조건이 맞아야만 열매를 맺을 수 있는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국제적으로는 정치적인 「제스처」가 필요하고 국내적으로는 어느 「프로젝트」라도 이를 추진해 나갈 행정력이 수반되어야하기 때문에 의정서를 액면그대로 받아들일 수가 없다는 뜻이다.
예를 들어 의정서를 구체화시키기 위해 이곳을 방문한 주택조사「팀」도 결국은 조사만으로 방문일정을 끝내고 말았다. 경제·재무 성이나 주택·도시계획성을 찾아도 청사진은 물론 주택건설에 대한 기본자료마저 얻을 수 없는 실정이었다. 조사「팀」은 택지에서부터 분할방법까지를 「이란」정부 측에 제시한 후 공사를 얻어야한다는 식으로 순서를 정했을 뿐 이다.
주택문제에서와 같이 「이란」에 진출하려면 먼저 「이란」을 알고 끈기 있게 설득하고 접근하는 사람만이 최후의 승자가 될 수 있다.
금년도에 2백40억「달러」로 예상되던 「오일달러」가 60억「달러」나 줄어들자 개발계획의 대폭수정은 물론 구매력까지 저하되어 지난 8월 이후 많은 한국상사는 동면에 들어가지 않을 수 없었다.
단지 수출과는 별도로 기술자의 진출만은 계속 늘어날 전망이다. 그러나 여기에도 문제점은 많다.

<무작정 입국은 위험>
무작정 이곳을 찾는 기술자는 식당종업원으로 전락하기 쉽고, 한달쯤 버티다가는 「비자」때문에 「쿠웨이트」나 「터키」까지 오가는 번거로움을 맛봐야 된다. 「사우디아라비아」나 서독의 직업을 집어치우고 단지 임금수준이 높다는 이유로 「테헤란」을 찾은 1백40여명의 기술자들이 일거리를 찾지 못해 그대로 귀국해 버린 사실을 참작하여 무질서한 「이란」행은 누구 나가 삼가야 할 일이다.
「페르샤」어 아닌 「아랍」어로 선전책자를 써 보낸다든가, 「이슬람」국가에 「크리스머스·카드」를 발송해주는 「이란」지식이라면 모처럼 열린 문호가 다시금 닫힐 수도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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