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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민 보호를 위한 검찰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전국검사장 회의에서 김 검찰총장이 피력한 『검찰 권을 선량한 서민보호에 집중하겠다』 는 견해는 새해 검찰권 행사의 기본 방향을 시사하는 것으로 주목할만한 내용을 담고 있다.
김 총장의 이같은 지시가운데서 특히 주목되는 것은, 정직하게 살려는 선량한 서민들을 괴롭히고있는 각종부조리사범을 엄벌할 것과 인신구속에 있어서 더 한층의 신중을 기하도록 주의를 환기시킨 점이다.
검찰권은 흔히 양면의 날(인)을 가진 검으로 비유되지만 그것이 바르게 쓰여지면 정의의 칼이 되고, 만일 오용된다고 한면 무서운 흉기로 전락할 수도 있는 것이기 때문에 모든 검찰관은 평소부터 부단한 자기수양으로써 정의의 날을 세워 법의 권위를 확립하고 사회정의를 신장하는데 투철한 사명감을 발휘해야 할 것이다. 사실 김 총장의 이번 지시가 아니라도 우리사회 전체가 보다 큰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은 선량한 서민을 괴롭히고 있는 기생충적 부조리사범들이 점차 많아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원래 선량한 시민들이란 법이 없어도 질서를 지키며, 이웃들과 화목하게 살아갈 수 있는 어진 성품을 가진 사람들이다. 그들은 법 이전에 그 사회를 지탱하는 최소한의 규범인 공통된 도덕률을 지키고, 이를 위반했을 때는 관습법 적인 제재를 받기 마련인 것이다. 그런데도 최근 우리 사회에서는 이 도덕적 최소규범이 무너져 자꾸만 실증 법적 강행규범이 늘어나고 있는 한심한 실정에 있다.
이리하여 선량한 서민들은 법의양산·조령모개식 법개정 등으로 인해 법의 존재조차 모르는 경우가 허다하며 또 권리의식의 미숙 등으로 법의 보호를 제대로 받지 못하거나 피해를 본 경우가 많았음을 가리울 수 없다. 게다가 정실·금력·배경·정책적 고려 등에서 혜택을 못 받고 불리한 입장에 서기 쉬운 서민들은 냉혹한 「다위니즘」적 강자생존법칙에 따라 기생충적 부조리사범의 「밥」이 되는 경우가 비일비재한 것이다.
사회적 약자인 이런 서민들에겐 헌법정신이니 사법권독립이니 법의 권위니 하는 거창한 어휘보다는 일상생활에 있어서의 자그마한 권리침해가 없는 것이 더 절실한 요구인지도 모른다.
무고·사기·권력을 빙자한 비행·텃세를 이용한 행패 등은 법질서를 어지럽히고 사회병리를 부채질할 뿐 아니라 약자인 서민을 괴롭혀 국민의 일체감을 해치는 가장 가증스런 독소임은 말할 나위도 없다.
이 점에서 이런 범죄에 대해서 철저한 검찰 권을 행사하겠다는 방침은 절대적인 환호를 받을만한 것이다.
검찰은 당연히 「거미줄 법」이라는 체념에 빠져 법정의의 실재에 대해서조차 회의를 갖고있는 일부 서민들의 불신감을 해소시켜주고, 서민들의 부당한 권리침해를 막아 주는 적극적 역할을 수행하는 동시에, 되도록 이면 최소한의 윤리적 규범만으로 써도 시민사회가 질서 있게 운영돼 나가는 기풍을 진작해야 할 것이다.
끝으로 인신구속의 신중성을 기하여야 한다는 지시도 너무나 당연하다.
검찰권 행사의 진면목은 법질서의 유지에 있으나 그에 못지 않게 인권의 보호에도 세심한 배려가 있어야한다. 피의자, 즉 죄인이라는 「유죄의 예단」을 철저히 배격하여 인신구속에는 특히 신중을 기해야 한다.
그래야만 비로소 법치주의와 「법의지배」가 확립되고 『법 없이 살 수 있는 사회』의 실현으로 한걸음 다가갈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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