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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낮 집에서 변호사부부 피습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7면

8일 하오 3시35분쯤 서울 종로구 혜화동 15의79 변호사 김완섭씨(78)집에 쇠망치와 칼을 든 40대 괴한이 침입, 김씨와 부인 황차남씨(77), 가정부 이선례씨(40)등 3명의 뒷머리를 쇠망치로 마구 때리고 칼로 찔러 실신시킨 뒤 달아났다.
경찰은 범인이 강도를 하기 위해 침입했다가 가정부 이씨가 집밖으로 뛰쳐나가는 바람에 급히 달아난 것으로 추정하는 한편 기력이 없는 노부부를 무참히 때린 점, 피해품이 없는 점등으로 미뤄 원한관계에 의한 살인미수사건으로도 아울러 수사를 펴고있다.
경찰은 9일 상오 김씨집 정원에서 범행에 쓰인 길이 30cm가량의 피묻은 쇠망치를 발견하고 사건당시 범인을 목격한 보성고교 2년 백완후군(17)등 학생5명을 데려다 범인의 「몽타주」를 작성하는 한편 김씨집에서 채취한 지문의 감정을 과학수사연구소에 의뢰했다.
경찰은 또 김씨가 평소 값진 골동품과 고서를 수집해 온 점으로 미루어 고서 및 골동품 전문털이에 대한 수사도 펴고있으며 사건당일인 8일 낮 두 차례에 걸쳐『영감님계시냐』는 남자 목소리의 전화를 가정부 이씨가 받았다는 사실을 밝혀내고 전화의 주인공을 찾고있다.
김씨등 3명은 고려대 우석병원에 입원, 뇌수술을 받았으나 김씨는 생명이 위독하다.
범인은 초인종을 눌러 가정부 이씨가 나오자『주민등록 관계로 할아버지를 만나야 한다』 면서 문을 열게 한 다음 현관까지 안내하고 지하실로 내려가는 이씨의 뒷머리를 쇠망치로 치고 왼쪽어깨를 칼로 찔러 쓰러뜨린 뒤 1층 현관과 식당을 통해 내실로 뛰어들어 책을 보고있던 김씨와 노환으로 누워있던 부인 황씨를 닥치는 대로 때려 실신시켰다.
지하실 계단에 쓰러져 있던 이씨는 의식을 회복, 간신히 집을 빠져나가 혜화여고 뒷담을 끼고 골목길을 달려 큰길가에 있는 우리문방구 주인 박판갑씨(51)에게 『강도가 들었으니 친척집에 전화를 걸어 도와달라』고 부탁하고 다시 실신했다.
이때 하학하던 보성고 2년 백완후군등 학생 10여명이 피를 홀리며 골목길을 나오는 이씨를 발견, 뒤쫓았다. 얼굴과 옷자락에 피가 묻은 범인은 허겁지겁 내려오며 『할머니 큰일났다. 다 죽겠다』며 반대편 골목으로 엉거주춤 달아나려 했다.
백군등 6명은 이씨를 병윈에 옮기고 경찰에 신고하는 한편 김진규군(18)등 4명은 범인과 30분가량 숨바꼭질을 벌였다.
범인은 학생들의 추적을 받자 유자현씨(58·혜화동 22의65)집 대문을 밀치고 들어가 뒷담을 넘어 옆집 신영범씨(62) 집을 한바퀴 돌아 대문을 열고 뛰어나와 문밖을 지키던 학생들과 대치했다.
학생들이 『죄를 졌으면 파출소로 가자』고 다그치자 범인은 손을 외투 속에 집어넣고 흉기를 꺼내려는 시늉을 하면서 『까불면 모두 찔러 죽이겠다』고 악을 썼다.
학생들이 멈칫하며 뒤로 물러서자 범인은 다시 김창갑씨(40·혜화동 15의23)집으로 들어가 요란한 대문소리에 놀라 뛰어나온 집주인 김씨에게『깡패들에게 폭행을 당했다. 몸을 좀 숨겨달라』며 대문을 잠근 뒤 담을 타고 지붕으로 올라가 두 집 건너 있는 최희자씨(39) 집으로 건너갔다. 최씨집 변소에 10여분간 숨어 밖의 동정을 살피던 법인은 다시 앞 담을 뛰어넘어 사라졌다.
경찰은 이날 하오3시55분쯤 학생들의 신고를 받은 뒤 「사이카」2대를 출동시켜 김씨부부를 병원에 옮기는 한편 범행에 사용한 것으로 보이는 등산용 칼을 현장에서 발견하고 수사망을 폈으나 학생들이 30분 동안 추적전을 벌이는 동안 엉뚱한 곳만 뒤지다 끝내 놓치고 말았다.
목격자들에 따르면 범인은 1백65cm가량의 키에 꽈배기형의 무늬가 있는 회색양복·검정T「셔츠」차림이었고 하관이 빠르고 광대뼈가 튀어나왔으며 밤색구두에 서울 말씨의 40대 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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