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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라지는 재일교포사회|모국방문 방해공작|성묘방한계기로 동요하는 조총련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6면

노부와 아우를 북송시킨 조련계 동포 김룡호씨(44·「오오사까」시 「이꾸느」구) 가 지난 4월 모국성묘방문단의 일원으로 고향인 전남광주를 다녀온 후 「이꾸노」 조총련지부를 찾아 간부들과 크게 싸움을 벌였다.
『내 아버지와 동생을 돌려달라.』
김씨는 조총련사무실의 책장을 뒤엎으며 이렇게 소리치다 울음을 터뜨리고 말았다. 김씨는 조총련의 선전과는 달리 30년만에 고향을 무사히 다녀왔지만 김씨의 노부와 동생은 북송10년이 넘도록 소식한번 제대로 없었으니 분하기 짝이 없었다고 했다.
동포들이 많이 몰려 살고있는 「이꾸노」 지역의 조련지부는 김씨의 이런 소란이 있은 뒤 문을 닫아버렸다.
「오오사까」의 외국인등록 동포수는 18만1천5백43명 (8월말현재). 일본전역에서 가장 많은 동포들이 거주하는지 역. 그리고 조총련의 세력이민단세력을 압도하던 곳이었다.
그러나 4월15일 30명의 조련계 동포들이 처음으로 모국성묘 방문 길에 오르는데 이어 11월까지 모두4차례에 걸쳐 2백40명의 조총련계 동포들이 모국을 다녀온 이후 민단과 조총련 세력은 6대4비율로 역전 되었다는 것.
이 같이 모국방문의 성과가 커서 조총련의 방해공작도 극성이다. 한국을 다녀온 조총련동포들에 따르면 조총련은 5인5호 단위의 반조직 학습회를 통해 모국 성묘방문의 저지공작을 펴고 있다는것.
이들은 학습회에서 『남조선에 가면 죽는다』『병정으로 끌려 간다』『재산을 빼앗긴다』는 등의 허위 선전을 한다는 것.
조총련은 또 이런 따위의 허위선전 내용을 담은「팸플릿」을 1만4천 여명의 조총련계 국민학생들까지 동원하여 뿌리고 있다. 성묘방문단이 가장 많았던 9월에는 조선대학이 휴교까지하며 재학생 1천 여명과 졸업생 3천6백 여명을 풀어 방해공작을 지도토록 했다.
조선신보등 20여개 조총련계 기관지는 성묘방문이 시작된 후에 가짜 방한인상기까지 게재하며 방해활동을 펴고 있다. 이런 기사의 내용은『남조선 인민은 보리밥만 먹고 못살더라』 『남조선의 친척들이 김일성수령의 안부를 물으며 혁명사상에 고취돼있다』라는 등의 터무니없는 것들.
그러나 「아이러니컬」 하게도 조총련의 방해공작때문에 조련계 동포의 80%이상이 모국성묘방문 사업의 내용을 알게됐던 것.
동경「신쥬꾸」어느 술집에서 일하는 25세의 한조련계동포 2세(여)는 술마시러 온 한동포에게 『서울을 다녀올수있게 알선 해줄수 없느냐』고 심각한 표정으로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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