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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남북한의 군사력과 전쟁 억제 조건(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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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국토의 크기에 비해 과 중무장된 남북한의 군사 대치 상태는 전쟁이 일어날 경우 참담한 동족상잔밖에 남을 것이 없는 군사 상황이다.
이렇게 위험한 군사 상황일수록 군사전략도 간접 전략이 강조되는 것이 전략론의 일반적 추세다. 따라서 우리 민족의 숙원이며 공동의 전략목표인 조국 통일은 평화 경쟁과 남북 대화 및 교류 등 비군사적 수단에 의해 수행되어야 하는 것이 군사 전략 면에서도 요청되는 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북괴가 무력에 의한 적화 통일에 편집한다는 것은 전략 면에서도 이해하기 힘든 일이다.
북괴는 60연대이래 「전군 현대화」를 내걸고 주로 화력과 기동력 증강에 노력해 왔다. 북괴의 공군력과 병원 공수력, 해상 침투력, 그리고 기갑 전력은 한국군보다 우세한 실정이다. 전투 사단의 화력, 유도탄을 포함하는 중·장거리 포병 화력도 상당히 높은 능력을 보유하고 있다.
이렇게 우세한 화력과 기동력을 갖췄다는 것은 그들이 선제 기습 공격을 개전 전략으로 삼고 있음을 분명히 해주는 것이다.
이와 병행해 북괴는 전쟁의 국제화를 배제하고 국지화를 획책하려는 게 분명하다.
주한 미군 철수 주장과 남북한의 군비축소 제의가 바로 그것이다. 북괴가 남북통일의 최대 장애 요인을 주한 미군의 존재로 보고 있는 만큼 여기서 주한 미군 철수 주장은 재론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남북한 군대를 각기 10만 이하로 감축하자는 저들의 저의는 분명히 짚고 넘어갈 필요가 있다.
우선 10만 감군 주장은 「군의 간부화」 노선과 연결되는 것이다. 여기에 담긴 음흉한 군사 음모는 「나치스」 독일의 경우를 상기하면 명백해진다. 1차대 전에 패한 독일은 10만 병력 규제를 받게 되자 군사 전략가 「폰·제크트」 장군의 군 간부화 정책으로 이에 대응했다. 간부화된 10만 병력으로 단기간 안에 1백50만을 헤아리는 대군으로 확대되는 모체를 삼았던 것이다.
북괴 같은 전 인민의 무장화·전군간부화 체계에서 10만 감군 제의란 기습 남침을 위한 음흉한 사슬임을 경계해야 하겠다.
북괴의 기습 남침 기도와 관련해 한강 이북에 대한 전격 군사 행동 후 이를 기정사실화 하는 중동의 6일 전쟁 방식이 흔히 거론된다. 그러나 한강 이북이 인구 과밀한 남한의 중심부임에 비추어 강대국의 이해가 집중된 한반도에서 이러한 군사 모험은 필연적으로 전면전쟁으로 확대될 수밖에 없다는 점을 상기해야 할 것이다.
이상과 같은 정규전에 대비한 공세적 전략 능력 외에 북괴는 상당 수준의 비정규 전력을 보유하고 정규전과 비정규전을 배합한 소위 주체형 전략을 구상하고 있다. 그러나 그런 비정규 전력은 현지 주민의 협력과 지지가 없으면 물을 떠난 물고기와 같은 것이다. 남한 주민의 반공 태세는 소위 항일 유격 대전래의 이 비장의 무기도 활용되기 어렵다는 것을 그들이라고 모를 리가 없다.
그러나 앞으로도 전후방에 걸친 소규모 군사 도발은 계속될 전망이다.
그것은 이미 철저히 좌절된 소규모 성과를 집적하여 결정적 시기를 조성한다는 군사적 기도 때문에서가 아니다. 오히려 내부적 불만을 외부로 발산시키려는 내부 요인과 남한 자유 사회에 긴장 상태를 지속시킴으로써 부작용을 유발시키려는 정치적 의도 때문이다.
한반도에 있어 남북한 군사 균형의 「밸런서」로서 또는 전쟁 억지력으로서의 주한 미군과 미국의 대한 군사전략은 「총전력 구상」과 전통적인 「전진 기지 전략」을 주축으로 전개되고 있다.
미국은 중·소 분쟁의 격화와 더불어 세계 전략을 2.5전략에서 l.5전략으로 축소하고 특히「아시아」에서는 「인도차이나」이후 축소를 가속화했다. 그러나 적어도 「아시아」 대륙에서 한국만은 확고한 미국의 방위 거점으로 삼고 있는 것이 확실하다.
전반적인 미 전략 능력의 축소에 따른 힘의 공백을 『동맹국의 인적 물적 자원의 최대 동원』으로 메우자는 종합 전력 구상은 구체적으로 대체 전력의 조성에 역점을 두는 한편 방위 부담의 당사국에의 부분적 전가 등으로 나타났다. 미국의 한국군 현대화 계획과 74년을 전환기로 하는 우리의 방위 부담 대가는 이 개념의 「모델·케이스」라 할 수 있다.
75년 국방 보고에도 확인된 미국의 전진 기지 전략은 「아시아」에서 분쟁 가능성이 높은 지역을 한국으로 상정하고 유사시 「오키나와」와 「필리핀」을 중간 거점으로 하여 미 본토에서 이동 병력을 급파하는 전략 개념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현재의 주한 미군이 한국을 위해서 뿐 아니라 미국의 국가 이익을 위해서도 쉽게 철수할 수 없다는 게 사실이다. 그것은 미국이 만약 극동에서 신뢰를 잃는 행동을 하는 경우 일본이 현재와 같은 경무장에 머무르지 않으리란 전망과 크게 관련된다.
일본이 군사적으로 대미 의존을 벗어나게 되면 미국은 태평양 대안에 불안스런 군사 대국을 맞게 된다. 왜냐하면 소·중공과 이웃한 일본이 그 경우 지금처럼 소·중공과 대립 자세에 서기는 힘들 것이며 그야말로 군사 전략 분야에서 『영원한 우방도 영원한 적국도 없이 국가 이익만이 영원하다』는 명제의 현실화를 초래할지 모르기 때문이다.
미국으로서는 오늘처럼 경무장한 일본이 미국의 해·공군기지·가라앉지 않는 항공모함으로 남아있는 것이 국가 이익에 부합된다. 그것은 또한 우리에게도 바람직하다. 그렇다면 미국이 스스로의 이익과 직접 연결되는 한국에서의 신뢰를 쉽게 저버리리 라고 는 생각되지 않는다.

<세미나 참가자>
이기원(국방대학원 교수)
이한철(극동문제연구소 연구위원)
강재윤(동서문제연구소 연구위원)
성병욱(사회·본사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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