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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에게 맞는 전술과 무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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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전군 주요 지휘관 회의에서 서 국방부장관은 우리에게 알맞은 전술 교리와 무기 체계의 개발이 중요한 당면 과제임을 강조했다고 한다. 전술 교리와 무기 체계의 토착화는 자주국방의 기본 조건으로서 그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다 고는 할 수 없을 것이다.
우리 국군은 창군이래 미국식 장비로 무장되어 주로 미국식 전술 교리로 훈련되어 온 게 사실이다. 우리가 우리 나름의 것을 갖고 있지 못했던 급한 상황에서 외국의 것을 받아들인 것은 불가피했을 뿐더러 그 나름의 장점도 적지 않았다. 우선 고도의 선진 기술과 전술을 손쉽게 체득할 수 있었다.
우리 국군이 지금의 막강한 60만 대군으로 발전된 것은 거의 전적으로 선진 전기·전술과 무기를 도입·체득한 데 연유했다 해서 과언이 아니다.
그러나 외래 무기나 외국 군대의 전술 교리는 어디까지나 그것을 제공한 나라를 위주로 만들어진 것이기 때문에 소기의 효능을 발휘하려면 어느 정도 변형이 불가피하다.
예컨대, 「유럽」 평원에 맞도록 제작된 장비가 산악과 하천이 많은 지형에도 적합하리라고 보기 힘들다.
또 체격이 큰 구·미인용 개인 장비가 동양인에게는 너무 크고 무거울 수도 있다.
더구나 남의 나라를 전장으로 한 기동 전략이 우리 국토를 싸움터로 한 전쟁에서 그대로 적용될 수는 없다. 특히 문제가 되는 것은 미국식 전술이 방대한 병참 지원을 쏟아 넣을 수 있는 국력을 전제로 한 물량전이란 사실이다.
우리의 경우 이러한 물량 위주의 전술은 무한정의 미국 지원을 전제로 할 때만 가능한 것이다. 그러나 바로 이 전제가 북괴의 단독 도발을 단독으로 격퇴할 능력을 갖춘다는 의미의 자주 국방적 개념에는 적합하지 않다.
그런 뜻에서 현재 개발되고 있는 우리 국군의 무기 체계와 전술 교리의 토착화는 자주국방을 향한 중요한 전진이라 하겠다. 이 경우 무기 체계와 전술 교리는 떼어 생각할 수 없는 유기적 관계를 맺고 있다. 「외국식」 무기를 쓰면서 완전히 독자적 전술 교리가 나오기는 힘들다. 그렇다고 해서 외국제 무기를 모두 국산화해야 된다는 얘기는 아니다.
토착화란 외국제 무기를 도입, 또는 복제할 경우라도 우리의 지형과 사람 체격 및 전략 개념에 맞춰 선별하거나 개조한다면 이뤄질 수 있다고 본다.
북괴의 경우에도 무기 및 전술 교리의 토착화 문제는 상당히 중시되고 있다.
그들에게는 특히 산악전·야간전 및 도하와 장애물 구축에 편리한 가벼운 장비가 강조되었다. 인력으로 운반할 수 있도록 방사포·박격포 등이 중시된 뿐더러 경기관총이나 AK 보총의 무게를 덜기 위해 쇠를 깎아 낸다든가 분해 가능하도록 개조하고 있다는 것이다.
전술 면에 있어서도 북괴는 전면전·국지전·후방침투·「게릴라」전 및 그들의 공격이 실패했을 경우의 인민 전쟁 방식에 의한 지역 방어전까지 다각적인 준비를 진행하고 있다. 특히 그들이 현대전과 유격전, 비정규전의 배합이란 혁명 전략에 따라 약8만 명의 비정규 병력과 일시에 4만 정도의 병력을 우리 후방에 침투시킬 수송능력을 갖췄다는 사실은 주목을 요한다.
이에 대처하는 우리의 태세도 최근 수년래 크게 발전했으며, 무기와 전술 교리의 개발도 상당히 진척된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러나 우리에게 알맞은 전술의 개발이란 비단 장비나 교리뿐 아니라 군편제·훈련·정신 전력 등 전력 향상에 관한 전반 문제와 연관이 있으므로 단시일에 이루어지기는 어렵다. 군 뿐 아니라 북괴의 어떠한 도전도 격퇴하겠다는 전 국민적 불 퇴전의 자세가 뒷받침될 때에만 이는 이뤄질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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