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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이르의 북괴군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1면

최근 한 외신은 북괴군이 「자이르」에 파견된 사실을 보도한 일이 있다.
근착 미주간 「뉴스위크」지는 바로 그 현장의 모습을 사진으로 보여주고 있다. 「자이르」의 「모부투」 대통령이 소위 김일성 「배지」를 단 북괴군 장교와 함께 있는 모습, 북괴군들이 「자이르」군인들을 훈련시키고 있는 광경, 그리고 북괴군 교관이 훈련장에서 특이한 걸음걸이를 시범하고 있는 장면 등.
「자이르」는 요즘 독립과 함께 내전에 휘말려 있는 「앙골라」의 바로 북쪽에 위치해 있는 나라.
「앙골라」의 북부는 이른바 「앙골라」 민족 해방 전선(FNLA)이 지배하고 있는 지역이기도 하다. 이 FNLA는 중공과 미국의 지원을 받으며 친소 노선인 「앙골라」 해방 인민 운동과 대립하고 있다.
「자이르」는 바로 그 세계 열강의 삼각 지대에서 미·중공의 비호를 받는 FNLA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는 세력이기도 하다. 그런 틈바구니에 북괴군이 끼어 든 것은 어딘지「아이러니컬」한 일이다.
「아프리카」제국의 군대는 흔히 「국방군」이기보다는 근위병의 인상이 더 짙어 「모부투」는 이런 인상을 씻으려고 북괴의 소위 「인민군」을 초청한 것이다.
「모부투」는 작년에 중공과 북괴를 순방한 일이 있었다. 그는 『인민에 봉사하는 군인 정신』에 고무되었노라고 말하고 있다. 그러나 「뉴스위크」지의 보도를 보면 「모부투」는 이념 교육 아닌 군사교육만을 위해서 북괴군을 맞아 들였다고 말한다.
한가지 주목을 끄는 일은 미국이 「모부투」의 그와 같은 주장을 근거로 「자이르」에 군사 원조를 계속하고 있는 사실이다. 해군 훈련장의 광경을 보면 웃지 못할 일이 벌어지고 있다. 「자이르」해군들은 미국이 원조한 함정을 타고 북괴제 어뢰를 발사하는 훈련을 받고 있었다. 다원 시대의 양상이라 할까, 이런 「코믹」한 막간도 있는 것이다.
하지만, 과연 「이데올로기」를 벗어난 군사 기술만의 도입은 가능한 일일까. 그것은 논리상 비약도 이만저만이 아니다. 세상에 『왜 싸우는지』의 이념을 망각한 군대는 있을 수 없다. 군사 기술 자체가 그 이념에 근거를 두지 않으면 안 된다. 「인민군 방식」이라는 것부터가 「이데올로기」의 소산인 것은 너무도 당연하다.
이미 「모부투」는 자신의 군대를 불안한 경제 상황과 결부시키고 있다. 결국 북괴군 식의 군사교육이란 그 사회 자체의 체제적인 변혁까지도 가져오고 말 우려가 없지 않다. 「유엔」등에서 남북한 문제에 관한 한 엄격히 중립을 지키고 있는 「자이르」의 앞날을 위해서 한마디하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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