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오일달러의 향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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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이란과의 경제협력강화를 계기로 중동 붐이 일어날 것 같다는 부푼 희망이 번지고 있다. 한국경제가 오랜 불황을 벗어나는 기폭제가 될지도 모른다는 얘기다. 이제 다가오는 중동 붐을 앞두고 이란을 중심으로 한 아랍산유국 경제의 이모저모를 살펴본다. <경제부>
금년 초만 해도 끝없이 불어날것으로 예상됐던 오일달러가 최근 들어선 앞으로 3∼4년을 고비로 줄어들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산유국의 석유수출이 계속 늘기는 하지만 쓰임새가 너무 많기 때문에 오일달러가 모일 새가 없다는 것이다.
수입과 투자를 급격히 늘리고 있는 중동산유국의 잉여달러의 눈덩이는 벌써 무너지기 시작했다.
예상외로 오일달러는 급속히 또 순조롭게 환류 되고 있다. 벌써 국제통화상의 쟁점도 안되고 있다.
현 추세대로가면 앞으로3∼4년 안에 산유국 경상수지는 적자기조에 들어갈 전망이다. 작년 오일달러가 미친 듯이 늘어날 땐 80년까지 산유국에 약 7천억 달러가 누증될 것으로 예상됐다. 그러나 최근 모건·개런티 은행은 중동산유국의 무역수지는 79년부터 적자가 누증되어 오일달러도 78년의 2천5백억 달러를 피크로 감소추세를 보일 것이라고 시산 했다.
석유 가의 대폭 상승과 세계적 경기후퇴 때문에 비싼 석유가 잘 팔리지 않고 있다. 금년 상반기의 OPEC(석유수출국기구)의 총 생산량은 하루 2천6백20만 배럴로서 작년동기보다 16·7%떨어졌다. 원유는 할인판매까지 되고 있다.
금년 1·4분기 중 중동산유국의 외화 잉여는 모두 50억 달러로 작년의 절반 수준으로 떨어졌다. 지난10월1일부터의 원유가10%인상도 산유국의 외자부족을 메우기 위한 응급 조치였다는 말도 나왔다. 중동 제2의 산유국인 이란마저도 원유 가를 안올렸으면 금년에 약 40억달러의 재정적자가 예상됐는데 유가인상으로 20억달러로 줄었다 한다. 80년 이후에도 계속무역흑자를 낼 산유국은 사우디아라비아 쿠웨이트 카타르 정도이고 나머지 이란 이라크 리비아 등은 80년 이전에 적자로 반전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중동 산유국의 석유수입은 앞으로도 계속 는다. 그러나 지출은 훨씬 빠르게 늘 예상이다. 중동산유국은 석유가 그래도 비싸게 또 유용하게 쓰일 때 경제개발을 서둘러야 한다는 생각이 일반적이다. 석유 때문에 갑자기 졸부가 되기는 했으나 경제개발은 아직 시발단계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때문에 대부분 야심적인 개발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이란은 제5차5개년 계획(73∼78년)에서 총 7백억 달러를, 사우디아라비아는 2차5개년 계획(75∼80년)에서1천5백억 달러를 쏟아 부을 계획이다. 앞으로3년간 한해에 약 2백억∼3백억 달러씩 쓴다는 계산이다.
우리나라의 76년 총예산규모가 약 40억 달러라는 것과 비교하면 그 규모를 짐작할 수 있다.
중동산유국이라 해도 나라마다 사정이 다르다.
사우디아라비아 등은 연간 4백억 달러 가까운 석유수입이 있으나 이를 다 쓸 수가 없는 형편이다. 인구가 적고 경제개발의 기반이 아직 덜되어 있기 때문이다.
쿠웨이트 아부다비 카타르 등도 비슷하다. 그러나 이란 이라크 등은 석유수입을 온통 개발계획에 쏟아 넣을 수 있기 때문에 3∼4년 안에 자금이 모자랄 판이다. 지난 9월 OPEC의 빈 총회 때 이란 이라크 등이유가의 대폭인상을, 사우디아라비아가 가격동결을 주장한 것도 이런 배경 때문이었다.
중동산유국들은 같은 회교국의 원조를 위해서 또 국방강화를 위해서 막대한 돈을 쓰고 있다. 개발도상국을 위해서 돈을 내고 있기는 하나 주로 IMF등을 통한 다국간원조에 치중하고 있다. 회교국이 아닌 나라에의 자본협력은 극히 드물다. 신용공여는 거의 없다.
쿠웨이트 사우디 등은 잉여자금을 주로 해외투자나 유러 시장에서의 돈놀이로 운용하고 있다.
그러나 현재 중동산유국이 가장역점을 두는 것은 졸지에 늘어난 유동자산을 급속히 생산적 자산으로 돌리는 것이다.
이를 위해 야심적인 개발계획을 추진하고 있고 이것이 바로 현재 세계적으로 일고 있는 중동 붐의 진원이다. OPEC의 수입은 74년의 5백억 달러 선에서 77년엔 1천억 달러, 80년엔2천억 달러를 넘을 전망이다. 중동 붐은 앞으로 3∼4년 동안 활짝 일어날 것이다. 공장 프로젝트와 사회간접자본투자가 주가 될 것이다.
벌써 중동 붐은 개막되었다고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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