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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기고 싶은 이야기들|등상 50년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5면

필자 김녹태씨
김씨(59)는 한국에서 근대적 등산이 시작된 1930년대부터 백두산을 비롯, 전국의 명산을 두루 섭렵한 산악계의 윈로로서 일제때는 조선산악회의 간사를 역임했고 해방후에는 한국산악회 창립에 공헌, 현재 부회장을 맡고있다.
필자는 앞으로 급증하는 등산인들을 위해 한국산악활동의 산증인으로서의 체험담과 산악계의 변천사를 소개해준다.

<정상에의 도전>
한국의 산악인들도 이제는 세계의 지붕 「히말라야」에 본격적으로 진출하게 되었다.
지구상의 최정점인「에베레스트」거봉에 77년 등반을 목표로 이미 정찰대가 다녀왔다.
또 영·미·불·일등 산악선진국들이 앞다투어 도전. 「히말라야」에 새로운 벽등반시대의 막을 연「안나푸르나」1봉의 남벽에도 내년등반을 목표로 장찰을 마쳤다.
해발 8천8백48m의 최고봉「에베레스트」는 53년 영국등반대가 최초로 정복했었지만 이에 앞서 21년 제1차시도 이래 실로 30여년간 8차의 실패를 거듭하는 악전고투가 있었다. 2명의 영국인이 겹겹이 밀어닥치는 사선을 극복하고 「에베레스트」영봉을 딛고섰을때 세인은 끈질긴 영국인의 투혼에 경탄을 금치 못했으며 이를 20세기 인류의 위대한 업적이라고 찬양했다.
그후에 「에베레스트」는 수많은 인명을 희생시키면서 7개국 41명의 산악인에 의해 정복되었고 올해들어서는 일본과 중공의 여자등반대까지 등정에 성공했다.
「에베레스트」등반사상 최대의「센세이션」은 지난9월 영국등반대가 그 남서벽면을 돌파한 것. 천년빙설에 뒤덮여 죽음의 단애라고 불리는 이「코스」는 인간의 육신으로선 도저히정복될수 없으리라고까지 믿어졌었다.
참으로 대자연의 괴력과 횡포를 극복해낸 찬란한 인간승리의 표본이라 아니할수 없다.
이러한 「에베레스트」와 더불어 70년 영국의「보닝턴」대가 첫 등반을 성공시킨 해발8천91m의 「안나푸르나」 1봉남벽 「코스」에 대해 한국의 산악인들이「포스트·몬순」기 최초의 도전에 착수한 것은 국제 산악계의 비상한 관심을 모으고 있다.
또한 71년과 72년 김정섭등 반대의 잇따른 도전을 받고 모두 6명의 대원과 9명의 「셀퍼」를 앗아 가버린 「마나슬루」봉 (해발8, 125m)도 지난여름의 정찰에 이어 내년에 제3차 도전을 기다리고 있다.
76년과 77년에 잇따라 실시될 한국 산악계 30년만의 이러한 움직임은 국력과 민족의 의지를 과시하는 장거로서 꼭 성공되어야 할 위업이기에 이글의 서두에 특별히 소개하는 것이다.
인간능력의 극한 상황을 자초하며 생사의 분기점을 넘나드는 동반을 인간은 왜 하는가.
모험과 개척지향의 인간본능과 더불어 개인적으로는 체력과 정신력의 단련증강에 그 뜻이 있다. 특히 산악이 인간에게 불어 넣어주는 정신적 「에너지」는 무한하고 값진 것이다.
또한 등반은 고귀한 관용과 협동심을 기르는 첩경이 된다. 그것은 곧 인간생활에 원만과 행복을 가져다주는 정신적 양식이라 할 수 있다.
등반은 또 세계적인 추세로 보면 국가의 부강과 강인한 민족성, 그리고 과학과 문학의 힘을 과시하는 척도가 되고 있다. 따라서 등산인구의 증가와 산악활동의 가속은 곧 국가사회의 활기찬 발진과 비례하는 것이라고 생각된다.
그래서 필자는 최근 휴일마다 산을 찾는 등산객이 급증하는 현상을 보고 기쁨과 희망에 차있다.
등산인구 2백만이라는 말이 실감날 정도로 도시근교의 산들은 휴일마다 남녀노유의 힘찬 대열로 뒤덮이는 것이다.
답답한 거리, 복잡하게 얽힌 직장생활로부터 벗어나 맑은 대기, 아름다운 산야를 심호홉 하고 있다.
단순히 소풍의 연장에 불과한 경우도 많지만 조사탐구의 등산, 암벽등반등 많은 젊은이들은 다양하게 산을 즐기고 땀을 흘리고있다.
이러한 산악운동은 이제 고교·대학은 물론, 여러 직장에서도 산악부가 만들어져 지방마다 특성있는 활동을 펴고있는데 그 수는 7, 8백을 헤아리고 있다.
이것은 누가 시킨것도 아니고 정부가 권장한 것도 아니다. 다만 한국산악30년을 이어오는 동안 사회의 근대화건설과 생활향상의 결과 자연발생·연쇄확산적으로 생겨난 현상이다.
아뭏든 생활 「스포츠」로서, 또 문화운동으로서 등산만큼 광범하게 보급된 운동도 드물 것이다.
이렇게 국내외적으로 한국의 산악운동이 크게 도약하고 있는 이때 필자의 반평생을 장식한 등반체험담과 한국산악계의 지난날을 되돌아 봄에 큰 의의를 느끼며 감회가 새롭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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