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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노이 주도의 남-북 월 통일협상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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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지금 사이공의 독립궁에선 남-북 월 대표 50명이 모인 가운데 남-북 통일협상이 진행되고 있다.
대등한 협상이라고는 하지만 실은 월맹이 결정한 통일방식과 스케줄을 만장일치로 추 인하는 지극히 형식적인 회의가 될 것이라고 외교 업저버들은 보고 있다.
통일회의 소집자체가 그간의 통일논의에서 북이 승리했음을 뜻한다.
월맹은 조기통일을 내세워 늦어도 76년 말까지는 재통일돼야 한다고 주장했고 남은 통일의 시급성은 인정하면서도『남과 북의 발전단계의 격차로 인한 난점이 많으며 이것은 충분한 협상을 통해 해결돼야 한다』고 주장하고 『여기엔 약 5년이 필요할 것』(외상 빈 여인)이라는 입장이 있다.
전에 대통령관저였던 독립 궁은 지금 월맹군 중심의 군사위가 쓰고 있다. PRG(월남혁명임시정부) 각료들은 사이공 입성후 미 대사관건물에서 첫 각료회의를 가졌으나 그후로 일정한 업무나 집무실을 갖고 있지 않다.
9월2일 사이공에서 펼쳐진 월맹건국기념 퍼레이드에선 모든 출동부대 선도 차들은 월맹기만을 게양했다.
남부에서 행해지는 모든 공식·비공식 행사에서 국가로는 월맹국가가 연주되고 해방전선가는 그 다음에 그냥 소개되는 정도였다. 이번 통일회의의 남부측 대표단장은 노동당남부 월남중앙위원장인 핀·홍이고 토나 파트 등 PRG의 지도자들은 일반대표로 끼여 있는 실정이다.
월맹은 사이공 함락 후 각부 면에서 하노이 주도형의 통일작업을 신중히 추진해 왔다. 제l단계는 물론 자본주의 잔재의 일소였다.
지난9월 하순엔 은행을 국유화하고 화폐제도를 고쳐 남의 피아스타 화를 없애고 북의 동화로 통일하면서 소위 매판·관료자본가를 색출, 일소하고 자본주의식 유통질서를 뜯어고쳤다. 보도체계는 지난1일부터 통일됐다. 모두가 정부의 직접통제아래 있는 월맹의 보도기관들은 남부의 뉴스를『국내 뉴스』로 공식 보도하고 있다.
지금의 난제는 PRG와 그 요원들의 통일후의 지위설정문제인 것 같다. 오랜 분단에 의한 남북의 이질성은 내부혁명에 의해 단계적으로 조화될 수밖에 없으나 통일작업에 큰 방해는 안 된다고 그들은 보고 있다.
하노이 주재 외교 업저버들은 통일이 이미 실질 상 완수된 것으로 간주하고 있다. 지금까지 90개 국가가 남부월남의 PRG정부를 승인했으나 사이공에 대표부를 설치한 국가는 하나도 없다. 통일방식과 일정에 대해선 지금까지 아무런 발표가 없으나 업저버들은 남-북 총선거를 실시, 통일의회를 구성하고 거기서 신 헌법을 채택한 후 신 헌법에 의한 통치기구를 구성하고 통일을 선포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그러나 신 헌법이나 통치기구가 지금의 하노이의 그것과 큰 차이가 없을 것은 거의 확실하다. 통일시기는 대체로 하노이·사이공간의 철도개통과 일치되는 내년4월30일(사이공함락일)이나 9월2일(월맹건국일)이 될 것이라고 업저버들은 보고 있다. <구종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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