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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민 묘사한 「리얼리스트」-밀레 1백주기 맞아 미국 교수가 작품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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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농촌 화가이며 유명한 『만종』의 작가인 「장·프랑소와·밀레」가 생존 시 「프랑스」에서 혹심한 푸대접을 받고 유작도 오히려 외국에 많이 나가있는 것은 알려진 사실이다. 그의 1백주기를 맞아 지금 「파리」의 「그랑·말레」에서 열리고있는 「밀레」전도 미「예일」대의 미술사교수인 「로버트·L·허버트」가 미국 각지에 묻혀있던 「밀레」의 작품 2백 48점을 모아 마련한 것. 이 사실은 「프랑스」인에게 충격적인 사실로 받아들여지고 있을 뿐 아니라 행방이 묘연했던 명작들도 다수 발굴해낸 점에서 큰 관심을 모으고 있다.
특히 농민들이 일하는 아름다운 정경을 묘사한 「리얼리스트」인 「밀레」는 당시의 「파리」화단에서 유한층으로부터 심한 조롱의 대상이 되고 있었다. 시인 「보들레르」는 「그의 그림은 증오스러울 만큼 그늘지고 운명적인 바보 같은 수법』이라고 깎아 내렸고, 「위스망」도 『그의 유화 작품들은 팔에서 떨어진 땀방울로 얼룩져 있는 것과 같다. 한마디로 절망감을 주는 우둔한 졸작이다』고 혹평했었다. 따라서 그의 그림은 시세가 떨어져 1백50「프랑」에조차 거들떠보는 이도 없었던 것이다.
이 틈에 「밀레」의 그림을 마구 사간 사람이 미국인들이었다. 1853년의 「살롱」전에 나온 『수확하는 사람들』 『목자』 『양치는 여인』 등은 「보스턴」의 관광객에게 헐값에 팔려나갔었다.
이번에 전시된 2백48점 중에서 92점을 혼자서 찾아낸 「허버트」교수는 『19세기의 가장 위대한 화가를 재발견했다. 너무나 유명한 이 화가가 자기 조국인 「프랑스」에서만 무명상태였다』고 기염. 이번에 발견된 작품 중에는 1848년 처음 전시된 후 1백28년간 종적이 묘연했던 『키질하는 사람』도 포함되어 있다.
지난 72년 한 곡간 밑바닥에 버려진 채 발견되었던 것이다. 5백「프랑」에 팔려간 그림이 다시 나타나자 「프랑스」인들의 놀라움은 큰 것이었다.
1909년 「루브르」미술관이 미국으로 헐값에 팔려간 『만종』을 되사기 위해 80만「프랑」을 지불한 것은 유명한 「에피소드」지만 이번에 발견되어 고국을 찾은 작품들의 경우도 비슷하다.
가정집 탁구대 벽면, 외딴집 등에서 「허버트」교수에 의해 발견된 것들도 많았다고 하며 애초에 헐값 20「달러」에 사왔다는 것도 포함돼있다.
이 전시회가 열리자 「밀레」는 『진실로 일하는 인간상과 땅을 파는 농민을 그려낸 혁명적 미술가』로 「파리」서 재평가되고 있다. <파리=주섭일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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