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농구] 전창진 엄살작전으로 KT 4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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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작전의 승리였다. 프로농구 플레이오프 통산 최다승 기록(41승)을 보유한 전창진(51) 감독의 영리한 전략이 KT의 4강 플레이오프 진출을 이끌었다.

 20일 인천삼산월드체육관에서 열린 2013~2014 프로농구 6강 플레이오프 5차전을 앞두고 전 감독은 “마치 신인으로 돌아가 감독을 맡는 것 같다. 나는 아직도 부족한 지도자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그는 “수비를 잘 못하는 선수들로만 선발로 내세웠다. 이런 중요한 경기에는 정신력 싸움이 중요한데 원하는 결과가 나올 수 있을지 걱정”이라고 말했다.

 평소 전 감독은 특유의 엄살로 자신과 팀을 낮춰왔다. 올 시즌을 앞두고도 전 감독은 “6강은커녕 지난 시즌(9위)보다 한 단계 높은 성적만 내면 좋겠다”고 푸념을 늘어놓았다. 그러나 KT는 정규리그에서 조직력을 앞세워 5위(27승27패)로 6강 플레이오프에 올랐다.

플레이오프에서도 전 감독의 걱정은 엄살이었다. KT는 1쿼터부터 거세게 몰아붙였다. 아이라 클라크(39·2m)가 1쿼터부터 10점을 넣었고, 주장 송영진(36·1m98㎝)도 3점슛 2개를 성공했다. 1쿼터를 20-16으로 마친 KT는 2쿼터에 승부를 걸었다. 슈터 조성민을 제외한 선수 4명을 모두 바꿨다. 전 감독은 김현중(33·1m81㎝), 민성주(27·2m1㎝)를 투입해 수비를 강화했다. 작전 대성공. KT 선수들은 적극적으로 뛰어다니며 전자랜드를 꽁꽁 묶었다. KT의 그물망 수비에 걸린 전자랜드는 2쿼터에서 7분30초 동안 무득점에 그쳤다. 결국 KT는 2쿼터에 39-22, 17점 차로 점수를 벌렸다.

 3쿼터 중반에는 김현중의 패스를 받은 파틸로가 호쾌한 앨리웁 덩크슛을 꽂아넣어 100여 명의 KT 원정 팬들을 기쁘게 했다. 4쿼터 중반 이후 전 감독은 비주전급 선수를 투입한 뒤 벤치에 앉아 경기를 지켜보는 여유도 보였다.

 결국 KT는 전자랜드를 79-57로 대파했다. 후안 파틸로(26·1m96㎝)가 22점·8리바운드로 맹활약했다. 송영진은 3점슛 3개를 포함해 16점을 넣었다. KT는 출전 선수 12명 전원이 득점하는 진기록을 세웠다. 전 감독은 경기 후 “1~4차전에 안 된 멤버들을 5차전에 선발로 내보낸 역발상 작전을 펼쳤는데 잘 먹혔다”며 흐뭇해했다. KT는 22일 오후 2시 창원실내체육관에서 LG와 4강 플레이오프(5전3선승제) 1차전을 치른다.

인천=김지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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