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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소련·중공 3각관계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최근의 국제정치는 미국·소련의 「데탕트」와 그에 대한 중공 및 「나토」자국의 반작용이 예각적으로 교차하는 가운데 혼미와 표류를 거듭하고 있다.
미국과 소련은 제각기 상호간의 협조를 가장 우선적인 과제로 중시, 자국 내의 강경파를 거세하면서까지 경제교류와 핵균형 모색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러한 미·소 밀착과정에서 중공과 서독은 서로 『적의 적』임을 발견한 나머지 상호간의 접근을 통해 공동의 이익을 추구하려는 움직임이 엿보이고 있다.
이와 같은 움직임들은 결국 「데탕트」의 가장 큰 수혜자가 소련이라는 사실에 대한 중공과 「나토」자국의 심각한 우려와 반발을 반영하는 것이라 할 수 있겠다.
소련은 미국과의 「데탕트」과정을 통해 지중해와 인도양과 태평양에서의 군사력을 급속히 증강했을 뿐 아니라 동독과의 새로운 우호협력조약을 체결해 독일의 항구적 분단과 중공에 대한 「집단 자위권」의 발동을 명문화했다.
나아가 전략무기 제한회담의 거점을 이용해 공격용 핵무기를 질적·양적으로 확대하는 한편으로 서「유럽」내부의 공산당을 폭력혁명노선으로 충동질하고 태국·월맹·「라오스」의 거점을 발판으로 한 「아시아」진출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이에 대해 미국의 「포드」행정부는 국내외의 많은 회의론자들의 경고를 묵살한 채 「브레즈네프」의 야심적 팽창정책을 수수방관하고 있다는 인상을 씻지 못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키신저」미 국무장관은 「유럽」감군협상(MBTR)에서 동구주둔 소련군전차부대의 일부가 철수하는 대가로 「유럽」에 배치한 미국 전략핵무기 1천개를 감축할 것을 고려한다는 시사마저 나돌았다.
만약 이러한 사태가 초래된다면 그것은 「나토」와 중공에 대해 심각한 위험으로 받아들여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동구와 「집단 자위권」을 체결한 소련이 자신의 「탱크」부대를 동구로부터 철수한다면 그 병력은 필시 중국접경지대로 옮겨질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또 미국이 소련을 겨냥한 「유럽」내 전략핵무기를 감축한다면 「나토」의 방위력이 그만큼 약화될 것도 사실이다.
이러한 소련의 감협에 대해 중국은 「키신저」미 국무장관을 맞은 자리에서 신랄한 비판과 반론을 퍼부었다고 하나, 미국은 오히려 「슐레진저」해임으로 응답한 셈이다.
여기서 중공과 「나토」의 역습으로 간주될 수 있는 사태가 바로 「슈미트」서독수상의 북경방문 이었다.
등소평은 「슈미트」수상을 맞은 자리에서 「나토」의 강화와 서구의 자립을 역설하면서 독일 통일을 지지하고 서독과의 긴밀한 협조를 다짐하는 합동경제위원회 설치를 약속했다. 「브란트」전 수상의 대 소련경사와는 대조적으로 「슈미트」수상의 서독도 『앞으로 중공의 차기 경제계획에 있어서는 중기계 부문에서 서독제품이 최우선 할 것』이라고 다짐하기에 이르렀다.
서독의 그와 같은 움직임은 대 소련 경계심에 있어 중공과 공통의 이해를 발견하는 데에 근거하는 것이다.
중공은 또한 『서구가 미·소의 두 패권주의에 대처, 제3세계와의 관계강화를 열망하고 있다』고 단정하고 서구와 제3세계가 연합해야 할 것을 강조하고 있다.
그것은 중공을 고립시키려는 소련 팽창정책의 1차적인 목표가 서구의 약화이기 때문에 우선 서구를 미·소 영향권으로부터 끌어내는 것이 가장 급선무라고 판단하고 있음을 말해준다.
이렇게 볼 때 현시점에서 중공외교의 주된 목표는 미국과의 밀착계획에 대한 실망을 서구와의 제휴로 보장하려는 데에 두어질 것 같다.
미·소의 『2국 협조노선』과 그에 대한 중공의 『제2·제3세계 연결작전』으로 인해 당분간 미국·중공관계는 냉각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이며 그 때문에 「포드」대통령의 북경방문은 「브레즈네프」의 미국방문에 비해 훨씬 그 비중이 줄어들 수밖에 없을 것이다. 따라서 한반도문제가 제대로 논의될 수 있는 분위기도 그만큼 냉각해있다고 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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