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악화일로의 매연「버스」공해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서울을 비롯한 우리 나라 대도시는 최근 수년래 한국의 자랑이라고까지 일컬어져 오던 청자빛 푸른 하늘과 맑은 공기를 잃어가고 있다.
차들이 붐비는 도심지나 무악재·미아리고개 같은 언덕길에서는 저절로 숨이 막히고 기침과 눈물이 나올 정도로 공기가 더럽혀져 버렸고, 특히 늦가을부터서는 온 도시가「스모그」현상을 자주 일으키는 심각한 지경에 이르렀다.
이처럼 대기오염도가 위험치에 육박하고 있는데도 당국은 대기오염의 원흉 격인 매연차량을 제대로 규제하지 못하고 있어 증가하는 자동차 교통량과 비례하여 대기오염은 악화일로를 치닫고 있는 실정이다.
소음 속에서 달리는 「버스」에서 시커멓게 내뿜는 매연과 그 배기「개스」가 일산화탄소·탄화수소·질소산화물·연화합물 등 인체에 극히 해로운 유독성분이라는 데서 나라마다 이를 엄격히 규제하기 위한 대책에 골머리를 앓고있는 것은 이미 다 아는 사실이다.
서울시내 가로수들의 황화 및 이상낙엽과 괴사현상도 이 배기「개스」로 인한 공해화로 밝혀지고 있는데 동식물들이 먼저 겪는 이런 재화는 다음에 인간이 겪게 될 비극의 예고적 의미를 갖는 것이다.
우리가 이 가로수의 경고를 교훈삼아 시급하고도 효과적인 대기오염방지책을 세우지 않는다면 호흡기질환·심장질환 등의 발병으로 많은 사망자를 냈던 1952년12월5일에 일어났던「런던」의 「스모그」비극을 겪지 않을 것이라고 어떻게 장담할 수 있을 것인가.
교통부 발표에 따르면 서울시내의 자동차가 1년간 내뿜는 일산화탄소 등 유해「개스」는 15만6백t이라는 어마어마한 숫자인데다가 이 양이 해마다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이를 감안한다면 자동차 공해대책, 특히 매연 및 배기「개스」대책이 얼마나 중요하고 화급한 과제인가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다 할 수 없을 것이다.
『공해대책의 기본은 발생원을 억제』하는 것이 원칙이라 한다면 우리 나라 자동차 공해의 발생원은 뭐니뭐니해도 자동차 운수회사라 하겠다.
영리추구에만 급급한 이들 회사들 때문에 노후차량·불량 부품·저질유 사용·적재량 초과·과다한 경쟁 등이 매연차량·대기오염의 주인으로 되고있는 것이다.
더욱이 꽉 짜인 운행표에 따른 무리한 운행과 이로 인한 일상정비·점검 불이행이 자동차공해를 부채질하고 있는데도 운수당국은 법적 근거가 없다는 이유로 이를 단속하지 못하고있어 매연차량은 줄지 않고 있는 것이다.
자동차 배기「개스」규제법규의 대폭적인 강화 등이 긴요함을 지적하면서 우리의 제안을 첨가한다.
첫째, 가장 근본적인 과제는 대중교통수단의 공영화 내지 대기업화를 위해 단안을 내릴 때가 왔다는 사실이다. 공영화· 대기업화가 단행됨으로써만 과다한 경쟁과 무리한 운행을 막을 수가 있고, 기업의 영세성 탓으로 시설개선과 정비점검 기피·노후처량·불량부품·저질유 사용 등을 시정할 수 있겠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버스」·「트럭」 등이 사용하고 있는 경유를 휘발유로 다시 대체하는 방안도 진지하게 검토해야 하겠다. 이 문제는 5·16 이후 운수행정당국의 단견으로 기왕에 개악적 조치를 취한 것이기는 하나 오늘날 자동차 공해의 심각성에 비추어 이 이상 더 지체할 수 없는 일이 아닌가 생각된다.
다음으로 자동차 배기「개스」규제법 제정이 시급하다. 지난 4월 17일 경제각료회의는 자동차 배기「개스」를 규제하기 위해 공해방지법상의 「오염물 배출시설」에 자동차를 추가키로 의결한바 있으나, 그 후 반년이 지났으나 이를 제도화하는 노력이 거의 없는 실정이다. 늦기 전에 강력히 자동차 공해방지행정을 뒷받침할 수 있는 법제를 서둘러, 우리의 대도시를 자동차 공해에서 지키는 일에 결단을 내려야 하겠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