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곡수매가 23.7% 인상 결정, 그 영향과 내년의 쌀 사정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정부는 지난 3일 1년 농사를 마무리짓는 금년산 추곡의 정부수매가격을 전년대비 23·7% 인상, 5일부터 수매키로 했다. 이 가격은 내년도 쌀값정책의 기본이 되는 것이기 때문에 수매가격이 시중 쌀값에 미치는 영향, 새해 쌀 사정 등을 문답식으로 진단해 본다.
문=추곡의 정부수매가격 23·7% 인상이 시중 쌀값에 미칠 영향은?
답=3일 현재 전국 15개 도시의 평균 쌀값은 80km 가마당 중품 도매 1만9천3백35원이다.
10월 중순 이후 약보합세를 나타내고 있는데 이 값은 정부수매가격이 20% 이상 오를 것을 예상, 이미 수매가격 인상율분 만큼은 반영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따라서 수매가인상이 바로 시중 쌀값 인상으로 직결되지는 않을 전망이다.
더구나 올해는 3천2백50만섬에 이르는 대풍이 예상되고 있어 적어도 내년 l월까지는 농촌의 쌀 출회량이 크게 증가할 것이며 따라서 시중 쌀값도 현재의 선에서 안정세를 계속할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유류값 인상을 계기로 다른 물가가 크게 오를 경우 일반 소비의 쌀 수요도 덩달아 늘어날 것이 명백하므로 새해의 쌀값은 강세를 나타낼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문=수매가격 가마당 1만9천5백원은 농민의 수익성을 충분히 보장하는 선인가?
답=68∼71년까지를 고미가 시대라 한다면, 72년 이후 지금까지는 당국이 말하는 「적정미가 시대」에 해당한다.
이 때문에 벼농사의 수익성도 72년 이후 그 증가「템포」가 크게 둔화되고 있다.
72년에는 수매가상승률이 생산비상승률을 「커버」하지 못했으며 73, 74년 2년은 생산비를 약간 웃돌았으나 올해 다시 수매가 상승률이 생산비 상승률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따라서 벼농사가 「황금작물」이던 시대는 지나갔으며 올해는 가마당(80kg) 순이익이 7천원 정도에 그칠 것으로 보인다.
문=새해 쌀 사정은?
답=올해 예산수확량 3천 2백 50만섬은 미작 사상 처음 맞는 대풍이다.
여기에 미국에서 잉여농산물 약 50만t(3백 50만섬) 을 들여오고 정부가 보유하고 있는 내년도 이월양도 5백만섬에 이르고 있기 때문에 내년도에 공급될 쌀은 4천만섬이 넘는다.
연간 쌀 수요를 3천 1백만섬으로 본다면 내년도 쌀사정은 충분하다고 말할 수 있다.
미질을 따질 경우 금년산 통일벼가 1천 4백만섬에 이르고 있고 정부가 보유하고 있는 쌀도 대부분 통일벼이기 때문에 전체 물량 중 절반에 해당하는 1천 9백만섬이 밥맛이 좋지 않은 통일벼인 셈이다.
따라서 양질의 일반미는 1천 8백만섬밖에 안되기 때문에 일반미 선호가 강해질 때는 일반미 부족현상을 일으킬 가능성이 많다.
문=외상수매용으로 지급하는 증서는 중도에 양도하는 것이 유리한가 또는 보유하고 있는 것이 유리한가?
답=응매 후 3∼6개월간에 상환을 요구할 때는 연리 12·6%, 만기인 6개월 후에는 18%의 이자를 지급 받는다.
만기일 이전에는 정기예금 금리 수준이고 만기일을 넘기면 월 1푼5리의 높은 이자를 받는 셈이다.
그러나 사채금리와 비교하면 중도에 양도하는 것이 유리할 수도 있다.
또 내년 2∼3월 이후 쌀값이 도매 2만 4백원을 넘을 경우 6개월 만기 월 1푼5리의 외상수매제도는 일단 실패작이라는 평가를 받게 되는데 현금수요가 급하지 않으면 가능한 한 만기일까지 보유하는 것이 유리하다.
문=정부미·정부보리쌀 등 정부양곡방출가격 인상시기는?
답=내년도에는 어떠한 형태로든 일단락 지을 계획이다.
쌀·보리·밀가루 값은 서로 밀접한 관계가 있고 밀가루 값 조정이 시급하기 때문에 정부쌀·보리쌀 값도 함께 조정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정부미(혼합곡)는 미질이 좋지 않은 통일벼가 대부분이고 또 수요도 거의 한정되어 있기 때문에 가격인상의 어려움을 안고있다.
따라서 혼합곡의 쌀·보리 혼합비율조정을 병행하여 소폭적인 인상이 단행될 것으로 보인다. <김두의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