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정수 부산해양항만청 사무관 "감사로 공무원 옥죄며 창조행정 하라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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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무원을 옥죄면서 창조행정으로 규제를 풀라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

 현직 공무원이 공개적으로 ‘규제 개혁을 하려면 정부 내부 개혁이 우선돼야 한다’는 주장을 내놨다. 부산해양항만청에 근무하는 윤정수(50·사진) 사무관(5급)이다. 그는 자신이 생각하는 바람직한 규제 개혁 방안을 담은 247쪽 분량의 책을 19일 배포했다.

 윤 사무관은 책에서 규제행정이 계속될 수밖에 없는 가장 큰 원인으로 감사제도를 지목했다. 그는 “대한민국은 감사 천국”이라며 “새로운 업무를 개발하면 바로 감사라는 딱지가 일년 내내 따라다닌다”고 비판했다. 이 때문에 “아무도 새로운 일을 벌이려고 하지 않고, 때로는 새로운 일을 잘 벌이는 사람이 팀에서 쫓겨나기도 한다”고 했다.

 윤 사무관은 이 문제를 필벌(必罰)보다 신상(信賞)을 강화해 풀자고 제안했다. 그는 “신상에 대한 기대보다 필벌에 대한 두려움이 더 큰 환경에서는 그 누구도 창조적인 행정을 펼칠 수 없다”며 “새로운 업무 개발을 장려하고, 실패에 따른 책임 면제 조항을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국해양대를 졸업한 윤 사무관은 5년간 해기사로 화물선을 타다가 1992년 7급 특채로 공무원 생활을 시작했다.

◆정부 "규제 개혁 소극적이면 문책”=정부가 규제 개혁에 소극적인 공무원을 문책하기로 했다. 반면 공무원이 적법한 규제 개혁을 추진하다가 생긴 경미한 과실에 대해선 정상을 참작한다. 김동연 국무조정실장은 19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43개 중앙행정기관 감사관 회의에서 “규제 혁신과 관련해 재량 범위 내에서 규제를 개선하지 않는 ‘소극 행정’ 행태를 점검하고 규제 개선을 위한 ‘적극 행정’을 유도하라”고 당부했다.

 박근혜 대통령이 주재하는 규제개혁장관회의를 하루 앞둔 이날 회의에서 김 실장은 “비위공직자에 대해선 무관용 원칙을 적용해 엄정한 처벌을 확립하는 한편 규제 혁신을 실천한 공무원은 적극적으로 발굴해 포상하겠다”고 말했다.

세종=천인성·최선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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