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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만 달러 넘는 미국 계좌, 9월부터 국세청에 자동 통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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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3면

미국 금융회사에 1만 달러 이상을 넣어두고 있다면 계좌 정보가 국내에 자동으로 통보된다. 한국과 미국이 상대방 국민의 계좌 정보를 서로 자동으로 통보해주는 협정이 7월 1일부터 시행되기 때문이다. 통보는 전년도 연말 잔액을 기준으로 매년 9월 이뤄진다.

 기획재정부는 19일 미 재무부와 ‘조세정보 자동교환협정’ 제정 협상을 타결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미국인이 한국 금융회사에 5만 달러를 초과하는 돈을 갖고 있으면 미국 국세청(IRS)에 계좌 정보가 통보된다. 만기 때 돌려받는 금액이 25만 달러를 넘는 저축성 보험도 통보 대상이다. 법인은 25만 달러 초과 계좌가 통보된다.

 반대급부로 한국인이 미국 금융회사에 개설한 계좌 중 연간 이자가 10달러를 초과하는 계좌 정보를 한국 국세청이 받게 된다. 미국에서 계좌 정보를 파악하려면 원천징수 대상 계좌여야 하는데, 원천징수 대상은 연간 이자 10달러 초과 계좌부터다. 원금으로는 대략 1만 달러 정도다.

 정보 교환은 은행과 금융투자회사, 보험회사가 이자·배당·기타원천소득·계좌잔액 정보를 자국 국세청에 보고하면 양국 국세청이 매년 9월 서로 맞바꾸는 식으로 이뤄진다. 양국 금융회사와 과세당국은 계좌 소유자의 국적·주소·출생지·전화번호를 토대로 상대 국민을 식별하게 된다.

 이에 따라 미국에 계좌를 갖고 있는 한국인은 물론 국내에 계좌를 갖고 있는 재미교포들에겐 비상이 걸렸다. 내년 9월부터 정보 교환이 시작되면 그간 신고하지 않던 금융소득이 드러날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현재 해외 금융계좌 잔액이 연중 10억원을 초과하면 계좌내역 신고의무를 부여하고 미이행 시 과태료를 부과하고 있지만 자발적으로 신고하지 않는 경우가 많아 금융계좌 현황 파악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재미교포 가운데 국내 계좌에 돈을 넣어둔 미 영주권자 또는 시민권자들도 국내 예금 이자소득을 IRS 에 신고하지 않았다면 상당한 추징금을 내야 할 가능성이 커졌다. 미국은 자국의 금융자산이 해외에 많이 나가 있는데도 과세가 제대로 되지 않다는 이유에서 외국과의 조세정보 자동교환협정 체결을 확대하고 있다.

 기재부는 이번 협정에 따라 역외탈세 방지를 위해 운영하는 해외금융계좌 신고제도의 실효성이 크게 높아질 것으로 보고 있다. 한명진 기재부 조세기획국장은 “기존에는 양국 국세청 간 요청에 의한 정보 교환만 가능해 역외탈세 추적에 한계가 있었지만 내년부터는 해외 금융계좌 파악이 한층 수월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기재부는 이번 협정을 계기로 조세정보 자동교환협정 대상국을 점차 확대할 계획이다. 현재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와 주요 20개국(G20)이 글로벌 조세정보 자동교환체제 도입을 추진 중이어서 우리나라의 계좌 정보 자동교환 대상국은 계속 늘어날 전망이다.

세종=김동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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