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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경비 절감이 주안 공화사무국기구 축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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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공화당사무국기구가 또 한차례 축소되는 진통을 치러냈다.
한달 이상을 두고 검토돼온 「축소안」은 23일 박정희 총재의 재가를 받아 확정됐고 11월1일부터는 축소된 규모대로 당이 운영될 예정이다.
이번 개편은 사무국 기획조정실, 정책위 운영처를 폐지하고 6개국을 없앴으며 당의장실, 사무총장실 보좌역의 1명 감원, 10개시·도 연락실 선전부 강제폐지 등을 골간으로 하고있다.
이에 따라 중앙당 사무국요원 1백23명의 44·7%에 해당하는 55명이, 사무국보조원 1백26명의 25·3%인 32명이 감원케 돼 평균 34·9%의 감축율을 보였으며 시·도 연락실의 선전부장 10명이 함께 당을 떠나게됐다.

<유급당원 68명만 남아>
창당 12년을 돌아다보면 63년 이후 당기구가 개편된 것은 이번이 15번째. 유급당원 1천3백여명을 포용했던 공화당이 창당 초의 파경에서 4분의3이나 잘라내져 5백여명 밖에 남지 않았던 일도 있었지만 줄곧 사무국요원은 오므라들기만 해 이번 축소작업으로 68명만 남게됐다.
64년에는 정원의 절반이 한꺼번에 당을 떠난 일도 있다.
69년 3선 개헌 국민투표가 끝나자 5부1실19국이던 사무국기구가 4부1실12국으로 축소되었고 현행체제는 73년2월 총선이 끝난 후 20여명의 요원을 감축시키고 다시 축소 조정한 체제. 이번에는 별다른 외적 상황의 변화 없이 대폭 수술을 단행케 됐다는 것이 다소 특이한 점이다.

<"머리만 컸지 뭘 하느냐">
당기구축소는 총재인 박정희 대통령의 지시에 의해 이루어진 것이지만 평상시 『선거를 치르지 않는 평시 당체제로는 기구가 방대하다』, 『당이 하는 일이 무엇이냐』, 『국장·부장 등 머리만 크지 않으냐』는 체제축소를 전제로 한 비판론이 계속 일어왔던 것이 사실이다.
72년 10월 유신 이후 당운영자금이 대폭 삭감된 채 한푼도 증액되지 않고 일정수준을 유지해온 것은 당활동이 평상수준을 유지해왔다는 반증이 될 수도 있다.
선거를 치르지 않는 정당활동에는 한계가 있기 마련. 그렇지만 당을 보는 당내외의 눈이 기구축소로 집중됐고 박 총재는 당의 근대화와 재정자립도를 높이는 방안으로 기구개편을 지시하기에 이른 것 같다.
길전식 사무총장은 작업반을 이끌고 S「호텔」에 투숙까지 해가며 축소방안을 짜냈다.
재정자립도를 높이기 위한 방안으로는 구의동에 있는 당훈련원과 경북·전남·충북·제주의 도연락실건물 등을 매각, 이전해서 약10억원을 확보, 운영기금으로 활용하는 방안도 나왔고 공화출판사를 폐쇄하고 주간지인 「민주공화보」를 월간으로 발간하는 방법도 제시됐다.
그러나 「민주공화보」는 신민당기관지 「민주전선」에 대한 대응무기라는 점에서 월 2회로 줄이고 훈련원은 선거에 대비한 정예당원의 양성기관이라는 점에서 불발로 끝났다는 뒷 얘기.
선거가 6년만에 열리고 대통령선거에 당이 직접적인 기여를 못하는 만큼 평시에는 정책기구를 보강하고 일반조직은 대폭 축소하자는 안도 나왔다.
정책기구의 강화문제는 구체화되어 박준규 정책위의장까지 수락한 단계에서 『차마 사무국기구를 어떻게 줄이자고 하느냐』고 주저해 좌절돼버렸다는 것.

<전출자 자리마련에 부심>
유신이후 당재정위원회가 기능 정지돼 버리고 당운영자금은 당원의 당비와 「기타수입」에 의존해왔던 것이 사실.
그러나 당직자 및 당원이 내는 당비라는 것이 운영비에 비하면 코끼리 「비스킷」정도에 지나지 않아 당총재의 부담이 컸던 것도 알려져 왔다.
실제로 지난 2·4분기(4∼6월)의 당비납부실적이 목표액 1천만원의 60%인 6백5만4천3백원에 불과해 월경상비의 10%도 채 안됐던 실정을 드러냈다.
이것은 1·4분기에 비해서는 12·6%가 증가한 수치. 그렇지만 재정자립과는 거리가 멀어 당비대폭인상의 실현이 새 과제로 등장했다.
일부에서는 현재 신민당총재가 월60만원, 정무회의 부의장 30만원, 당직자 10만원, 정무위원 5만원. 국회의원 3만원, 상무위원 1천원씩을 당비로 내고있는 것을 참고로 해 공화당은 현재 ▲총재 월10만원 ▲당무위원 5천원 ▲국회의원·소속장관 3천원 ▲차관 2천원 ▲중앙위원 5백원 ▲일반당원 연1백원이상으로 되어 있는 당비를 대폭 인상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길 총장은 ▲당소속의원 1만원 ▲당무위원 2만원 ▲기타당직자는 현재의 2배로 책정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이런 방법으로도 당분간은 재정자립이 어려울 것으로 보이며 새로운 타개책 모색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방출이 불가피한 90여명의 자리마련도 난제.
당에서는 이들을 공무원·국영기업체·대기업 등으로 소화할 복안아래 구체적인 작업을 짜고 있으나 단시일 안에 소화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고있다.

<내년 2월 당직개편설도>
이번 개편이 순전히 경제적 사정 때문이냐 아니면 공화당이 맡고있는 기능과 역할의 한계성 때문에 이루어진 것이냐의 문제를 놓고는 의견이 엇갈려 있다.
길전식 사무총장은 『전근대적인 당운영방식을 탈피하는데 개편목적이 있다』며 『당의 본질이나 기능 및 기본활동에는 아무런 변화가 있을 수 없을 것』이라고 애써 강조했다.
사실 지방 당조직이 거의 축소가 되지 않고 중앙당 사무국 기구가 감축된 것만으로는 제3의 정치적 의미가 개재된 것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그러나 다른 한쪽에선 내년 2월에는 정계개편 아니면 당직개편이 이뤄질 공산이 큰 점, 1백여명의 요원을 줄여봤자 불과 월1천여만원의 경비절감밖에 가져오지 못한다는 점등을 들어 다른 의미가 있는 것이 아니냐는 의문점을 재기하는 이도 있다.
제3의 의미가 없더라도 선거가 6년마다 실시되는 유신체제아래서의 당기여도는 계속 연구과제가 될 수밖에 없으며 당운영을 위한 재정자립은 공화당이 안고있는 큰 숙제임이 분명하다. <고흥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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