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품종혁신의 기수들(1)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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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육종기술은 독보적>
통일벼→유신벼 개발은 국내적으로 쌀 자급을 가능케 했을 뿐만 아니라 국제적으로는 한국의 미작육종기술을 독보적인 존재로까지 끌어올리고 있다.
세계적인 육종학자 「보로그」박사(신품종 밀개발) 및 「비첼」박사(IR-8 개발), 일본의 육종학 권위인 강전·태전 박사 등은 모두 한결같이 한국의 육종기술발전에 경탄하고 있다. 한국의 미작육종기술은 두 가지 점에서 세계미작육종 역사상 신기록을 수립했다.
서울대농대 허문회 박사, 농촌진흥청 정근식·배성호·조재연 연구관 등이 주도하여 지난 72년 개발한 통일벼는 불가능하다던 원친교배에 성공, 육종기술사상 신기원이 됐던 것이다.
「자포니카」(일본) 종자와 「유가라」(대만) 및 IR-8(필리핀)은 서로 원친간이다.
「자포니카·타입」만 도입, 육종해왔던 한국이 미질이 좋은 「자포니카」와 다수확성인 「유가라」및 IR-8을 교배, 미질과 다수성 동시에 추구한 것이 이른바 이들 3품종을 3원교배한 통일벼(IR-667)인 것이다.
이 같은 원친교배는 땅속의 양분과 햇빛의 작용, 즉 광합성작용을 효율적으로 증진시킬 수 있는 수광태세를 좋게 함으로써 벼의 「타입」까지 바꾸어놓았다.
65년 10월부터 72년까지 각고 8년.

<눈앞에 다가온 쌀 자급>
14∼15년 걸렸던 품종개량사업이 8년으로 단축된 것은 우리 나라에선 첫 「케이스」며 세계육종사에서도 찾아보기 힘들다.
통일벼의 단보당 수확량은 74년 현재 4백73kg.
재래종보다 30%가 증수됐으며 특히 FAO통계상(72년) 세계최고수량을 기록한바 있는 호주의 4백63kg을 10kg이나 앞지름으로써 통일벼의 우수성을 세계에 과시했다. 통일벼의 약점은 추위에 약하고 밥맛이 없다는 것이다.
이 같은 취약점은 개발이 성공단계에 들어섰던 69년에 「체크」됐었으며 따라서 이를 보완할 수 있는 새 볍씨개발이 즉각 착수됐다.
농촌진흥청 함영수·조정익·김종호·조수연 연구「팀」이 이리의 호남작물시험장에서 시작한 새 볍씨, 즉 유신벼는 7년만인 금년에 성공을 거두었다.
통일벼는 국제미작연구소(IRRI) 및 「비첼」박사 등의 적극적인 협조로 성공을 거둔데 비해 유신벼는 외국육종학자의 도움 없는 순수한 우리 기술진에 의한 작품이라는 점에서 또 다른 평가를 받고있다.
올해의 농가포장 시험재배에서 나타난 결과를 보면 ①단수가 5백81kg으로 통일벼보다 16% 증수되고 ②찰기와 밥맛을 좌우하는 「아미로스」함량이 19%로 일반벼와 큰 차이가 없고 ③생활일수가 통일벼보다 1주일정도 빨라 만식재배가 가능하며 따라서 ④2모작 범위를 확대할 수 있다는 장점 등이 확인됐다.

<순수한 우리의 기술로>
유신벼가 이처럼 통일벼의 약점을 제거할 수 있었던 것은 다수성인 통일벼 및 IR계통에다 미질이 좋은 국산미진흥을 3원 교배했기 때문이다.
즉 유신벼는 통일벼의 아들격인 IR-667∼98∼2∼3∼2∼3을 어미(모)로 하고 「진흥」과 IR계인 IR-262를 교배한 IR-317-392∼1을 아비(부)로 한 통일벼의 6촌뻘.
따라서 다수성인 통일벼 및 IR계와 「진흥」의 피를 섞었기 때문에 다수성과 미질을 동시에 상당한 수준까지 해결할 수 있게 된 것이다.
통일벼→유신벼 개발은 한국의 육종기술을 세계적 수준으로 끌어올렸으며 지난 봄에 한국을 방문했던 「비첼」박사는 『대단히 훌륭하다』는 말을 되풀이 강조했다.
「아시아」미작국가들인 인도·태국·「요르단」 등은 이제 육종기술을 배우기 위해 한국에 연구원들을 해마다 파견하는 정도로 우리의 육종기술은 세계의 인정을 받고 있는 것이다. <특별취재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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