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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교재 시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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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참고서의 낙원은 필경 일본일 것 같다. 국민학교 아이들의 경우를 보아도 각양각색이다. 『만화로 본 천체』에서부터 『즐거운 산수』에 이르기까지 속속들이 없는 것이 없다. 『105점을 맞는 산수의 비결』 같은 책도 있다. 응용 능력을 그만큼 길러주는 참고서라는 뜻이다.
미국 아이들의 교과서를 보면 「하드·커버」의 두툼한 분량으로 되어 있다, 그 책을 일일이 갖고 다닐 양이면 용달차라도 불러야할 것 같다. 그러나 이들은 모든 책을 학교에 두고 빈손으로 다닌다.
교과서가 두터운 것은 까닭이 있다. 화려하고 풍부한 그림에 도표와 설명들이 자상한 때문이다. 역시 이들도 참고서가 많다. 학교 도서실이나 교실에는 아동 백과 사전에서 『그림과 사진으로 본 세계 여행』에 이르기까지 흥미 만점의 책들이다. 시청각에 의한 교육마저 부족함이 없다. 아이들은 말하자면 교과서 아닌 참고서 교육을 받고 있는 셈이다.
이들이 한가지 우리와 다른 것은 명목상이 아닌 본질적인 의무 교육을 하고 있는 점이다. 참고서는 교사들의 일방 선택이나 강요에 의해 학부모가 사주지 않고, 학교 스스로가 비치해 주는 것이다.
언젠가 「프랑스」의 소년이 「보들레르」의 시를 줄줄 외는 것을 보고 놀란 일이 있었다. 우리 나라 국민교 4년생 가운데 소월의 시를 한귀절이나 외는 아이가 있을까.
그 아이들이 학교에서 주로 배우는 것은 아름다운 시와 소설을 교사로부터 듣고 배우며, 노래 부른 것이다. 그리고는 뛰어 논다.
그럼 구구법도 모르는 바보들인가. 그렇지는 않다. 어느 결에 즐거운 수업을 하다보면 그것쯤은 다 외게 된다.
교과서는 이를테면 학습 방향의 대종과 같은 것이다. 문제는 그것을 어떻게 알기 쉽고 재미있게 가르칠 것인가에 있다.
최근 문교부가 국회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초·중·고교생이 연간 부담하는 참고서의 값은 1인당 1천4백16원 꼴이다. 이것은 월 평균 1백20원도 못 되는 금액이다.
국민교의 경우는 이보다도 훨씬 적은 월평균 80원을 부담한다. 고교생은 가장 많은 편인데 5백70원 평균.
이와 같은 통계는 『엄청난 부교재의 부담』으로 느껴지기보다는 『보잘것없는 응용 교육』에 오히려 실망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 솔직한 심정이다.
이른바 『부교재 파동』은 그 「부담」에 있는 것이 아니고, 부교재 자체의 질 문제에 있음을 알 수 있다. 이 기회에 당국은 부교재의 억제 아닌 좋은 교재의 육성에 더 관심과 성의를 가져야 할 것 같다. 부교재를 무조건 부조리 현상으로 몰려는 사람들은 자신들이 공부하던 소년 시절을 회상해 봄직하다. 새로 나온 참고서에 가슴 두근거리며 서로 다투어 공부하려는 기풍이야말로 나라 부흥의 기초가 된다는 사실을 왜 외면하려는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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