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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도소안의 교정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갖가지 흉악 범죄가 꼬리를 물고 일어나고 있는 작금이지만 「교도소안 거액 도박 사건」은 놀랍기도 하고, 망연하게도 한다.
도대체 법과 질서가 살아 있는 사회에서 교도소안 도박이 어떻게 가능하단 말인가.
보도에 의하면 교도소안 병동에서 복역수들이 판돈 4백만원에 이르는 큰 도박판을 벌였으며, 이 때문에 3천7백만원을 잃은 사람도 있다고 한다. 이들은 밥풀로 주사위를 만들어 굴리는 「넉동 내기」라는 일종의 윷판 노름에서 10만원, 또는 20만원의 금액 표시 백지를 담보로 했으며, 도박에 진 사람은 출소 후 백지에 표시한 금액을 지불했다고 한다.
더욱 놀라운 것은 이 금액을 지불하지 않은 사람은 재범으로 재 수감 될 때 「린치」를 당한다는 규약까지 있다는 점이다. 범법자인 복역수들이 교도소 안에서 법을 깨뜨리고 도박을 했다는 것부터가 기상천외의 일인데 더군다나 그 도박을 유지하는 「린치」의 규약까지 만들어 상습적인 범법을 예비하고 있었다는 것은 분명 우리 사회 전체에 무슨 큰 잘못이 있다는 것을 뜻한다.
교도소가 복역수의 갱생을 준비하며 출소 후엔 밝은 새 생활을 할 수 있도록 한다는 것이 일반의 통상적인 생각이다. 이에 반해 교도소 생활이 갱생을 방해하고 새로운 범법의 온상으로 이용되고있는 사태처럼 두려운 일은 따로 없을 것이다.
오늘날 우리의 교도 행정이 숱한 문제성을 안고 있음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인력과 예산의 부족 때문에 재소자의 구금에만 전력할 뿐 이들의 교정 교화나 정신 교육, 또는 출소후의 대책은 거의 무시되고 있는 것이다.
교정 대책은커녕 바로 그 교정의 장소인 교도소 안에서 새로운 부정과 불법이 오히려 조장되고 있다는 사실은 바로 그 증거인 것이다.
아닌게 아니라, 낮은 대우와 고달픈 업무에 쫓기는 교도관들이 일부 세력있고 돈 있는 재소자와 결탁하고 이들을 부당하게 특별 취급하는 사례는 적지 않다. 심지어는 금품에 유혹되거나 위협에 눌려 재소자의 시종같이 행세하는 자들도 있다고 한다.
그러니 복역수 가운데도 무력한 자는 억울한 설움을 맛봐야 하는 것이 예사며, 복역수 사회의 불법성에 희생되는 경우도 생기게 된다.
이번 교도소안 거액 도박 사건의 경우에도 교도관의 관련 여부가 수사되고 있거니와, 사실 병동 입감, 거액 도박 묵인에 관련해서 일련의 불법이 상상되는 것도 무리는 아니라고 하겠다.
그런만큼 정당하고 적법한 재소자 대우와 출소후의 생활 바탕을 마련하는 배려는 무엇보다 바람직할 것이다.
교화 기관으로서 존재하는 교도소의 울타리 안에서나마 법과 규칙이 안 지켜지고 법의 형평이 유지되지 못한다면 사회 광정의 희망은 찾기 어려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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