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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세청, 정태수씨 300억대 강남 땅 압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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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3면

국세청이 수천억원의 세금을 체납하고 해외로 도피한 정태수(90·사진) 전 한보그룹 회장의 수백억원대 땅을 최근 압류한 것으로 확인됐다. 국세청은 지난달 3일 정 전 회장의 서울 강남구 은마아파트 땅 2190㎡를 찾아내 압류했다. 재건축단지 일대인 이 땅은 300억원이 넘는 것으로 추산된다.

 이 땅은 원래 12개 필지로 나뉘어 있었다. 그러다 1980년대 들어 한 필지로 합쳐졌는데, 이 과정에서 세 필지가 미등기 상태로 남았다. 유령 토지가 된 것이다. 국세청이 이런 사실을 확인하고 서울시에 등기 처리를 요청했다. 서울시가 국세청의 요청을 받아들여 직권으로 등기 처리를 하자 국세청이 곧바로 압류한 것이다. 압류된 땅의 등기부등본에는 경찰치안센터와 은마아파트 1개 동 일부가 포함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세청은 이 땅을 공매에 부쳐 정 전 회장이 체납한 세금의 일부로 추징할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해당 아파트의 재건축을 추진하고 있는 조합 측과 갈등이 생기면 추징에 어려움이 따를 것으로 전망된다.

 정 전 회장은 노태우 전 대통령 비자금 사건, 한보 비리 사건 등으로 7차례나 유죄판결을 받았다. 그는 총 20년10개월의 징역형과 2225억원의 체납세금 추징을 선고받았다. 체납액으론 역대 최고액이다. 하지만 정 전 회장은 항소심 재판 중이던 2007년 신병치료를 이유로 출국, 카자흐스탄으로 도피했다. 한국 정부가 이 사실을 파악하고 카자흐스탄에 범죄인 인도 요청을 하자 그는 키르기스스탄으로 근거지를 옮겼다. 키르기스스탄에도 범죄인 인도 요청을 했지만 소재가 묘연한 상태다. 정 전 회장이 해외에서 숨지면 체납세금을 추징할 방법이 없다.

박진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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