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고교 입시는 부활돼야 한다|서병성 <교육자>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3면

<무시험제의 병리와 부작용>
최근 지상에 보도된 일부 학교가 지진아들을 권고 퇴학, 또는 유급 시켰다는 사실은 처음 발생된 일이 아니라 고교 입시 제도가 개혁된 후 각 학교가 공통적으로 받아 온 고난의 계속적인 결과일 뿐이다. 우수한 학생과 지진 학생의 격차는 격심하여 도저히 같은 학급에서 이수시킬 수 없어 우열반을 편성하였고 여기 따르는 청소년 학생들의 우열감·좌절감 등으로 불의의 충돌과 암투가 생겨 학교 당국이나 교사들이 사태 수습에 부심 하였고 학부모들의 불평 불만은 물론이고 교사와 부모간에 불미스러운 부조리도 내포 돼 있었다.
중학교 무시험 입학 제도는 성장기에 있는 아동들의 건강과 지능 양면을 고려할 때에 적절한 조치라고 온 국민이 이해하고 이에 찬동하게 되었다. 처음에는 상당한 반발도 있었고 이견도 있었으나 이제는 완전한 해결을 보게 된 것이다.
고등학교 입시 제도에 대하여는 학부형이나 본인 학생들의 불평 불만은 논외로 하더라도 학자들도 상당한 이견을 토로하고 있으며 학교 당국이나 교사들의 고충은 이루 헤아릴 수 없을 정도다.

<시설 면서만 가능한 평준화>
학생들 자신도 자의거나 타의거나 중학 3년간의 고통스러운 준비 교육을 받고도 자기가 지원하는 학교에 입학하지 못하고 배정된 학교에 입학했을 때 실의와 실망이 지대하여 학교생활에 충실하지 못함뿐 아니라 불량화 하는 사례도 많게 되었다.
문교 당국은 학교 평준화를 내세우고 있으나 평준화는 학교 시설 면에서는 가능하나 교사나 학생들의 평준화라는 것은 거의 불가능한 일이다. 시설이 평준화되었다 하더라도 각기 학교에는 역사와 전통이 있고 학교 설립의 기본 목적도 엄연히 존재하는 것이다. 또한 그 학교를 운영하는 학교장이나 교사들의 개성과 능력이 판이하므로 더욱 평준화를 달성할 수 없는 것이다.
현재 우리 나라 초·중·고교 운영 실태를 보면 학교장이나 교사들의 창의나 좋은 이상이 실현되기 어려운 실정이다. 문교 당국의 지도 감독, 교육 위원회의 지시 등으로 일일 분망 하고 하나에서 백까지 지시에만 의존하고 있는 운영을 하고 있다. 이와 같은 학교 경영은 창의는 물론 전진이 있을 수 없는 것이다. 헌법에 기초를 둔 교육법과 교육법 시행령에 규정된 법규 한도 내에서는 학교장이 자유로운 창의적 활동을 할 수 있도록 당국에서는 아량을 베풀어야 할 것이다.

<지시에만 의존하는 운영>
고교 1년생의 실력 격차를 보면 우수한 학생과 지진 학생의 수가 한 학급에 각기 20%가량 되고 중간층이 약 60%가 되는 실정이다. 지진 학생 중에는 중학 1년 실력에 미달하는 학생이 대부분이다. 이와 같은 사실을 파악하고 조속히 해결책을 강구해야 하겠다.
또 대학 입학 예비 고사 재수생이 해마다 배가 해 가는 현상은 관망만 할 수 없는 중대한 사회 문제이며 이 원인도 고교 입시 제도와 관련이 있는 것이다. 고교 입시 때 가능한 방법으로 직업 보도를 하여 사회에 대량 진출시키는 방향을 모색해야 할 것이다.
이 같은 현실을 개선하기 위해 첫째 방안으로 종전대로 고교 입시 국가 고사를 존속하려면 고사 시행 후 적어도 20%를 직업 학교에 수용하는 방안을 강구하고 80%는 인문계와 실업계로 배치한다. 직업 학교를 설치하려면 막대한 경비가 필요하나 우선 실업 학교에 병설하고 점진적으로 독립하는 방안도 있을 것이다.
직업 학교에서는 주로 기능공·숙련공을 양성함을 목적으로 하며 졸업 후 취업을 보장하고 우대한다. 유능한 학생들도 입학할 수 있도록 한다. 시행 초에는 다소 반발도 있겠으나 당국과 교사들의 설득 계몽으로 이해될 줄로 생각한다.

<직업 보도를 위한 교육 필요>
제2방안으로는 입시를 부활시키되 사립학교를 1차적으로 실시하여 난국에 처해 있는 사학운영에 기여하고 2차적으로 국·공립학교 입시를 시행하고 3차적으로 직업 학교에 무시험 진학케 하여 적성 검사후 배치하는 방법도 생각할 수 있겠다.
각 방면에 인재가 필요한 것은 어제오늘만의 일이 아니다. 더욱이 현재는 뛰어난 천재적 인물 양성으로 국가 중추적 역할을 수행케 하고 농공상 각 분야에 직업인 기능공도 대량 필요로 하는 시기니 문교 당국은 과감한 시책을 강구하여 현재 사회 문제화하고 있는 재수생들을 구제하고 교육계의 부조리와 적폐를 일소하고 청신한 학풍을 진작하여 주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