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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장된 극적 상황『임금님의 첫사랑』|내용과 배경음악의 부조화 『효자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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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효증에 대한 논란이 활발해지면서 사극이TV「드라머」의 외곽지대로 밀려난 듯한 인상을 주는 것은 우연의 결과만은 아니다.
TV사극이 수용되지 않는 이유를 두가지로 집약하면 첫째 과거지향적이였던 시청자의 가치 및 기호가 현재 및 미래지향적인 것으로 바뀌었고, 둘째 효증을 철저히 무시한 조잡한 극작태도다. 불필요하게 느린「템포」에 염증을 느낀데 있다.
○…이러한 TV사극의 불모지에서 『효자문』(MBC)과 『임금님의 첫사랑』(TBC)은 상당히 높은 시청율을 유지하고 있다. 『효자문』은 유교적 논리를 맹목적으로 내던져 버리고 이기주의적 생활철학을 내면화 한채 마찰과 갈등의 각박한 삶을 사는 현대인에게 교시하는 정의적 파급효과가 있어 호감이 간다. 『임금님의 첫사람』은 짜여진 연출과 특성을 살린 등장인물의 설정에 호감이 간다.
○…그러나 이 두 작품은 모두 우리나라 TV사극의 고질적인 껍질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효자문』의 경우 극의 내용과 배경음악은 너무나 엄청난 부조화를 빚고있다. 수용자가 극중 등장인물과 자발적으로 자기를 일치시킬때 감동의 파장은 깊고 길어진다.
슬플것도 없는 사소한 사건(7일)의 극적 효과를 작위적으로 높이기 위해 맞지도 않는 비창한 서양음악을 깔아 시청자의 말초신경을 자극할 필요가 무엇인지 의심스럽다. 차라리 국악의 경쾌한 가락이 배움이 되었으면 좋겠다.
○…사극의 경우 고증을 너무 의식하면 극적전개의 자연성과 유연성을 해치는 경우가 있다.
그러나 극적 효과를 지나치게 의식하면 제작측의 작위성을 불필요하게 시청자에게 노출시키는 결과를 낳아 극중상황이나 인물과의 자연스러워야할 심리적 합치를 저해한다.
소실이 아닌 후실로서의 어머니가 아들과 며느리에게 존대의 언사를 쓴다는 것은 언어도단이며 정산부인의 아버지가 하인들과 온갖 경망한 수작을 다한다는 것도 상식이하다.
○…『임금님의 첫사랑』의 경우 강화도령역은 「미스·캐스팅」이라 하지 않을수 없다. 연기와 분장으로 20년의 연륜을 줄이려는 것은 무리다. 믿을수 있는 연기자에 큰역을 맡길 때 결정적인 실패는 없다손 치더라도 역에 맞는 새로운 얼굴을 찾는 일도 연출자의 임무가 아닐까.
그리고 극적 상황이 너무나 파장되어 시청자의 심리적 저항감마저 일으키는 실정이 많다.
아무리 가난하고 안동 김씨일족의 세도 그늘에서 산다해도 왕족의 아명을 어찌 상민이 함부로 부를 수 있단 말인가.
극화과정에 다소의 과장은 불가피하다 하더라도 그것이 어느 한계를 넘어서면 수용자와 사극사이의 심리적 괴리현상을 유발한다는 사실을 명심해야한다. 이상회(연대신방과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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