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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교생에 폭행 당한 30대 자살

온라인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고등학생들에게 집단폭행을 당한 30대 남성이 석 달 만에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부상을 치료할병원비 600만원을 마련하지 못한 게 이유였다.

18일 울산중부경찰서에 따르면 이모(32)씨는 지난해 12월23일 오전 1시께 고교생 A(18)군 등 7명과 시비가 붙었다. 울산 중구의 한 노래연습장 입구 엘리베이터에서 내리려다 밀려들어오는 학생들과 마찰이 빚어졌다. 엘리베이터에서 미처 내리지 못한 이씨는 학생들을 꾸짖었고 곧바로 싸움이 시작됐다. 얼굴 등을 맞은 이씨는 코와 눈 부근의 뼈가 부러져 8주동안 치료받았다. 이씨와 싸운 고등학생 일부도 코뼈가 부러져 전치 3주 진단을 받았다. 경찰은 이씨와 폭행에 가담한 고등학생 5명을 지난달 12일 폭행혐의로 불구속 입건하고 사건을 울산지검에 송치했다.

폭행 사건 후 이씨는 일단 부러진 얼굴 치료를 받았다. 그러고도 시간이 흘렀으나 두통 때문에 좀처럼 잠을 이루지 못하는 날이 많았다. 이달 초 부산의 한 대학병원을 찾은 이씨는 뇌혈관이 부풀어올리 수술이 필요하다는 진단을 받았다. 수술비는 600만원 정도였다. 하지만 이씨는 수술비를 낼 형편이 아니었다. 암투병 중인 아버지의 생활비를 대는 것도 버거운 상태였다고 이씨의 유족은 전했다. 이씨의 치료비도 삼촌이 부담했다.

수술을 미루고 집에 돌아온 이씨는 지난 11일 자신의 방안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유족 측은 “암환자 아버지의 생활비도 매달 수십만원씩 부담하다가 자신의 병원비까지 마련해야 되자 처지를 비관해 극단적인 선택을 한 것”이라며 폭행사건을 다시 조사해 줄 것을 검찰에 요청했다.

울산=차상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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