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대통령, 국전을 관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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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박정희 대통령은 영애 근혜양과 함께 2일 상오 11시 덕수궁 국립현대미술관 가을국전개막식에 참석, 「테이프」를 끊고 이원경 문공부장관의 안내로 전시작품을 관람했다.
박 대통령이 『서양화는 몇 백년씩을 가며 비누나 물로 닦아서도 오래 보존할 수 있는데 우리 동양화도 좀이 안 먹게 하고 오래 보존할 수 있는 방안을 연구해야할 것』이라고 지시하자 이 문공장관은 『국립현대미술관 안에 영구보존을 위한 보관소를 설치했다』고 답변했다.
박 대통령은 서예 작품실을 돌아보고 『만추』의 특선작가 김사달씨에게 『무슨 서체냐』고 묻고 『읽어보고 내용을 설명해달라』고 했다. 김씨는 『구한말 우국지사가 가을을 노래한 것입니다』고 설명.
박 대통령이 서예부문을 안내한 김기승씨에게『우리 나라 특유한 서체는 없습니까』라고 질문하자 김씨는 자신의 작품을 가리키며 『이것입니다. 바로 저의 체입니다』라고 말해 모두 웃었다.
박 대통령은 『특히 서예는 마음의 여유가 있어야 좋은 글씨를 쓸 수 있다』고 지적하고 『보따리를 싸 가지고 피난 간다면 어떻게 글씨를 쓸 수 있을 것이냐』고 했다.
김씨는 『이제는 우리 나라도 경제발전이 많이 이룩되어 마음의 여유가 있기 때문에 나날이 좋은 서예작품이 나오고 있다』고 대답했다.
동양화가 천경자씨의 안내를 받아 동양화실을 둘러본 근혜양은 천화백의 그림을 가리키며 『어느 분의 작품인지 금방 알 수 있겠다』고 말해 모두 웃었다.
박 대통령은 이열모씨의 작품인 『잔영』을 보고는 『고색이 창연하다』고 했고 양달석씨의『폭동』의 그림을 보곤 근혜양이 『참 귀여운데요』라고 소감을 말하자 『작품도 작품이지만 동심의 세계를 그린 것이 호감이 간다』고 단평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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